사장단 회의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
경영 위기 속 연말 임원 인사 발표 준비
SK그룹은 오는 31일 최태원 회장 주재 CEO 세미나를 열고 내년도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분주한 4분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추진한 사업을 점검하고 내년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사업 전략에 따라 연말 임원 인사도 확정해야 한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CEO 세미나는 하반기 사업 상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매년 10월 열리고 있으며,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 3대 회의로 꼽힌다. 올해 행사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그룹은 CEO 세미나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논의 주제 또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SK 경영진은 그룹 핵심 경영 철학인 SKMS를 다룰 예정인데, 회의를 통해 다양한 SKMS 실행력 제고 사례가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SK 경영진은 앞선 회의에서도 급변하는 AI 시장 등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경영 파고를 넘기 위해 SKMS 정신 내재화 및 실행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SK 경영진은 리밸런싱(사업 재조정) 가속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경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CEO 세미나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리밸런싱 방향성이 제시될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1일부터 계열사별 사업 보고를 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내년도 사업 계획이 정해질 예정이다. /LG그룹 |
SK그룹의 경영 시계는 CEO 세미나 이후 더욱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CEO 세미나를 통해 경영 계획이 수립되면, 이를 바탕으로 연말 인사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SK그룹은 통상 매년 12월 첫째 주에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임원 인사를 결정했다. 그룹의 조직 '군살 빼기' 기조를 고려했을 때 10~20% 임원 감축이 이뤄지는 등 다소 파격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LG그룹도 4분기 들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주도로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를 시작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1일부터 주요 계열사의 보고를 받고 있으며, 이는 약 한 달 동안 이어진다. LG그룹 사업 보고회는 주요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중장기 전략 방향,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논의하는 자리로, 상반기 전략 보고회와 비교했을 때 '내년도 계획 수립'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회의다.
LG그룹 역시 사업 보고회 논의 내용을 토대로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LG그룹이 주요 대기업 중 가장 이른 시점인 11월 말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현재 LG그룹 임원 인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 추진에 있어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혁신 과제를 수행해 왔던 경영진의 자율 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의도로 변화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12월쯤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판매 전략을 점검할 예정이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강화에 주안점을 둔 연말 인사는 11~12월에 걸쳐 실시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27일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위기 극복 메시지를 낼 지 주목된다. /이새롬 기자 |
하반기 사장단 회의 후 사실상 비상 경영을 선언한 롯데그룹은 4분기에 들어서기 직전, 일찌감치 임원 인사 평가를 마무리했다. 막판까지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으며,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기업의 4분기 행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재계 1위 삼성이다. 3분기 부진한 실적(잠정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사과 메시지를 낼 정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삼성의 경영진들은 현재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대응 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경영진들은 조만간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추도식 이후 이재용 회장과 사장단이 오찬 또는 만찬을 가질 전망이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이 자리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7일 회장 취임 2주년을 맞는데, 예년처럼 별도 기념행사를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연말 인사 준비는 다음 달 초부터 본격화된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실시했으나, 올해는 11월 말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인사와 관련한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재도약을 다짐하는 차원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대와 달리 좀처럼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분야의 사업부장 거취 문제가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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