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복용한 '위고비' 이달 15일 국내 출시
출사표 던진 국내 제약사, 제형·효능 차별화 집중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오는 15일 국내 상륙한다. 위고비의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2025원으로 책정됐으며, 환자가 실제로 부담할 비용은 월 8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선택한 비만 치료제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국내 출시 일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제약사들은 위고비의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선점을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쥴릭파마코리아는 오는 15일부터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한다. 위고비의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2025원으로 책정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품목이기 때문에 유통 비용,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할 경우 환자가 실제로 부담할 비용은 월 8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이다. GLP-1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춰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줄이고 음식을 먹지 않고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주며, 동시에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가 있어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사제 방식으로 주 1회 투약하는 위고비는 △0.25㎎ △0.5㎎ △1.0㎎ △1.7㎎ △2.4㎎ 등 용량별로 5가지 제품이 있다. 적은양부터 투약을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처방이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비교했을 때 투여 편의성과 체중 감량 효과에 있어 강점을 갖고 있다. 삭센다는 매일 1회 투여해야 하는 반면 위고비는 주 1회만 투여하면 된다. 또한 체중 감량 효과도 위고비(평균 10% 이상)가 삭센다(7~8%)보다 크다.
위고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효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위고비는 올해 상반기에만 210억3600만덴마크크로네(약 4조19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74%라는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삭센다의 경우 위고비 성장의 반작용으로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한 39억덴마크크로네(약 780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분주하다. 다수의 제약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차별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가장 빠른 속도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중인 기업이다. 한미약품은 자체 비만 프로젝트인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만큼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를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고자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최초의 장기 지속형 GLP-1 비만 치료제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근육량 손실 줄이는 비만 삼중작용제 'HM15275' △선천적·후천적 섭식장애 개선 신약 △경구 투여 가능한 플랫폼 △환자 라이프스타일 개선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 등을 개발중에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0월 식약처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고 현재 임상 진행 중이며, 계획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임상 종료기간은 오는 2026년 하반기로 예상중에 있으며 현재 시점 기준으로 3년내에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HK이노엔 등 국내 주요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동제약과 대웅제약, 대원제약은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비만 치료제와 차별화를 둔 캡슐형, 패치형 비만약을 개발중에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서 2030년 1000억달러(약 132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 유병률이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또한 비만 유병률 증가로 국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현재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약품 대다수가 고가인데다 전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로 국내 비만 환자들은 충분한 치료의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산 비만 치료제를 가급적 빨리 국내 시장에 출시해 국내 환자들에게 충분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