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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각' 숨통 트인 고려아연 최윤범, 대대적 반격 나선다
입력: 2024.10.02 10:44 / 수정: 2024.10.02 11:02

법원 "영풍 장씨와 고려아연 최씨, 특별관계자 지위 아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에 돌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2일 영풍·MBK 연합이 신청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반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양측은 지난 1일까지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냈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2일 영풍 보유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 콜옵션을 MBK 파트너스가 받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영풍·MBK는 이튿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다음 달 4일까지 진행한다고 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려는 지분은 6.98%~ 14.61%이며, 최초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었다.

영풍 측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최 회장이 영풍과 특수관계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기간 자기주식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후 영풍·MBK는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이 특수관계자라는 영풍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주식 등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행위 △취득한 주식 등을 상호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 등에 명시적인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 발행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최 회장 측이 영풍과 특수관계자 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영풍 주장도 제출된 자료만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영풍 신청을 기각하면서 최 회장 측은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자사주는 평소에는 의결권이 없으나, 경영권 분쟁에서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기존 경영진 우호 지분이 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가 적대적 M&A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위한 일련의 행위들을 실행하는 것이 법에서 허용하는 합법적인 행위임을 명확히 확인해 준 결정"이라며 "법원의 결정에 의해 MBK와 영풍 측의 공개매수 기간 중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금일 이사회에서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등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여러 해 동안 호실적을 거두며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대규모로 자사주 매입할 자금은 충분한 셈이다. 이는 회사 자산을 활용함으로써 외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더팩트 DB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더팩트 DB

영풍·MBK의 경영권 확보 명분인 '경영 정상화' 명분은 다소 힘을 잃게 됐다. 영풍·MBK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논란 등 최 회장 비위 의혹을 제기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갈라서게 된 원인도 최 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최 회장 측이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에 '배임' 소지가 있다. 특정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이 사용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공개매수 전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수한 점도 논란 지점이다.

MBK는 이날 "고려아연은 올해 3월에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에서 2693억1137만1071원을 차기이월 이익잉여금으로 정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24년도에 중간배당 또는 자기주식 취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주주총회에서 정한 위 금액 범위로 한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이미 중간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등으로 위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이사회 결의로 사용했다. 따라서 2024년도에는 더 이상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금원이 남아 있지 않는다. 이사회 결의를 하더라도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캐스팅 보트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도 나섰다.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오는 21일까지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과 고려아연 최창영 명예회장, 최윤범 회장이 출자해 제리코파트너스를 세웠다.

제리코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이다. 이는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주당 2만5000원보다 5000원(20%) 높은 가격이다. 지난달 30일 영풍정밀 종가는 2만5300원이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 지분을 최대 25% 확보해 총 60% 넘는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영풍의 산업용 기자재 자회사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 지분율은 각각 21.25%, 35.45%로 알려졌다. 이에 영풍·MBK와 최 회장 측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정밀은 캐스팅 보트 역할로 여겨져 왔다.

이한성 영풍정밀 대표는 이날 "영풍정밀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익창출과 주주환원이라는 본연의 목적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제리코파트너스의 대항공개매수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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