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 공개매수…완전 자회사 체제로 '책임경영' 강화
공개매수 가격 보통주 1주당 1만8300원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 이마트가 약 388억원을 투입해 신세계건설 잔여 지분 전량을 공개매수하고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신세계그룹 핵심 계열사 이마트가 약 388억원을 투입해 신세계건설 잔여 지분 전량을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신세계건설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구조 재편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꾀한다는 목표다. 다만 소액주주들은 신세계건설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1일 건설·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29일까지 신세계건설 보통주 27.33%(212만661주)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 이마트가 가진 보통주 546만8461주(70.46%)·신세계건설 자사주 17만1432주(2.21%)를 제외한 잔여주식 전량을 매수하겠다는 의미다.
공개매수 가격은 보통주 1주당 1만8300원으로 공개매수 대금은 388억809만6300원이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1만6050원 대비 14.0% 높은 가격이다. 공개매수 주관은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자진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대주주가 95% 지분을 확보해야 된다.
이마트는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로 '대주주 책임경영'을 들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들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 작업을 비롯한 본격적인 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지분을 100% 확보해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건설의 사업구조 재편과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다만 부실 사업장 정리 등 사업 조정 과정에서 대위변제, 채무 보증 이행 등으로 추가적 손실이 발생해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소수 주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공개매수로 95% 이상의 지분 확보에 성공할 경우 다음 달 중 신세계건설 주주총회를 소집해 자발적 상장폐지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이마트가 교부금 주식교환 카드를 쓰면 상장폐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부금 주식교환이란 지배주주가 정한 단가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수 주주의 잔여 지분을 강제로 매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총 특별 결의를 통해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이뤄진다.
자진 상장폐지 추진으로 신세계건설 일부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당초 매수한 가격이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으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더팩트 DB |
◆ "장기투자자, 가격·가치 괴리 해소 기회 상실"
자진 상장폐지 추진에 따라 신세계건설 일부 소액주주들은 반발하는 모양새다. 당초 매수한 가격이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으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신세계건설 주가는 지난달 12일 1만2980원이었다. 이튿날에는 1만4040원으로 치솟았고 19일(1만4120원), 20일(1만4270원), 23일(1만4750원), 24일(1만5290원), 26일(1만5370원), 27일(1만6050원) 등 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세계건설 주가는 1만8150원까지 폭증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정보가 사전에 샌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의 '자진 상장폐지 목적의 주식공개매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현 주가가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실질가치보다 낮게 형성돼 있는 경우, 프리미엄의 부여에도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투자자·회사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장기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상장폐지로 인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해소할 기회를 상실한다는 점에서 주주이익 훼손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주주의 의사에 반해 산장폐지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과 시점을 결정할 권한은 기업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경영진에 있어 시장가격에 의존하는 방식은 소수 주주들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PF 우발부채 규모는 25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유동성 위기에 놓인 신세계건설을 구하기 위해 올해 4월 대표이사와 영업본부장 등 핵심 경영진들을 모두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