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입에 쏠린 눈…30일 금융지주 회장 회동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지난 24일과 27일 각각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과 영풍 강성두 사장(왼쪽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이새롬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정소양 기자]
◆ 고려아연 "핵심 기술 해외로 유출될 것" vs 영풍 "석포제련소 죽이기 '오죽했으면'"
-이번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MBK)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주 영풍과 고려아연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면서, 치열한 여론전을 벌였죠?
-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영풍이 MBK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연휴가 끝난 19일 MBK 주도로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지난 24일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 CTO 이제중 부회장 주도로 대응 성격의 기자회견이 열렸고, 27일 다시 맞대응 격의 영풍 경영관리실장 강성두 사장이 마이크를 잡은 기자회견이 진행됐습니다.
-이번 분쟁의 핵심 인사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영풍 장형진 고문은 직접 기자회견에 등판하지는 않았네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고려아연 기자회견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위치한 본사에서 열렸습니다. 주제를 보면 고려아연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고려아연 CTO 이제중 부회장 및 핵심 기술인력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방점이 '기술'에 찍힌 셈입니다. 실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형광 주황색 작업복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기자회견 핵심 주장도 최윤범 회장에서 영풍과 MBK 연합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핵심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한 방 먹었다고 토로한 것처럼, 현장 분위기는 내내 무거웠습니다. 다만 대항 공개매수 등 구체적인 전략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고려아연 측의 얼굴로 나선 이제중 부회장은 어떤 인물이죠?
-1984년 고려아연에 공채로 입사한 이 부회장은 온산제련소장과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등을 역임한 최윤범 회장 측근으로 꼽힙니다. 40년 가까이 고려아연에서 일하며 영풍그룹 전체를 봐도 현장을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 부회장을 전면으로 내세운 고려아연이 '기술 유출 우려'를 명분으로 삼은 셈이기도 합니다. 중국에 사업과 기술 등이 넘어가 국가기간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모두 발언 마지막에 "우리의 절박한 호소를 들어달라, 우리와 함께 고려아연을 지켜달라"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경영권이 영풍과 MBK 측에 넘어가면 핵심 기술인력과 퇴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고려아연이 '기술 안보'를 무기로 여론전에 나섰다면, 영풍의 무기는 무엇이었나요?
-영풍의 무기는 '최윤범 회장 개인 의혹'이었습니다.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풍 기자회견 명칭은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로, 공격 위치에 있는 영풍 입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정장 차림으로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와 행사장을 찾은 강성두 사장은 행사 전 배포한 입장을 통해 최 회장이 취임한 뒤 '영풍 죽이기', '석포제련소 죽이기'를 벌였으며 오죽했으면 MBK에 1대 주주 지위를 넘겼겠냐고 토로했습니다. 서린상사 경영권 상실,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 거절 등 고려아연이 '75년간 이어진 동업'을 깨고 먼저 선을 넘었다는 주장입니다. 최 회장이 친구 회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에 6000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개인 비위도 부각했습니다.
-강성두 사장은 19일 MBK가 주도한 기자회견에도 참석했었죠. 김광일 MBK 부회장과 함께 이번 공개매수를 주도한 핵심 '키맨' 중 한 명이라고요?
-네, 강 사장은 영풍에 입사하기 전 리턴파이낸스컨설팅 대표, 골든브릿지 대표, 상상인증권 대표 등 IB업계에서 주로 활동한 인사입니다. 서울대 재학시절에는 학생운동, 노동운동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K와의 손을 잡은 것도 강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사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의 '퇴사' 발언에 "MBK가 아니라 김정은이 와서 경영한다고 해도 힘을 합쳐 회사를 지킨다고 답했어야 했다. 떠나면 어디를 가겠나. 중국은 못 갈 테니 인도로 간다는 건가"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강 사장은 공개매수가 정당하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했습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 "흔히 하는 말 중 대중목욕탕에서 물은 물대로, 때는 때대로 흘러간다는 말이 있다. 사필귀정이라는 의미다. 진실은 반드시 빛을 보고 숨겨진 거짓은 드러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론전이 치열한데, 다음 주가 경영권 분쟁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10월 4일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이 우군을 확보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추석 연휴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최 회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일부 이야기에 한화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27일에는 영풍이 최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진행됐습니다. 영풍이 최 회장에 제기된 의혹들을 따져보겠다며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 심문도 10월 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보험업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만나는 김병환…금융지주 회동서 어떤 메시지 내놓을까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취임 후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오고 있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다음 주엔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주요 금융현안을 논의한다고요?
-네, 오는 30일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는 김 위원장 취임 후 첫 금융지주 간담회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일정을 마무리하는데요. 통상 금융지주 회장단의 간담회가 먼저 진행되는데 이번에는 마지막 일정으로 연기 됐습니다. 이에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도 따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업권별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간담회에선 김 위원장이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와 금융사고로 논란이 된 내부통제 관리를 중점적으로 언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죠.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업권별 최고경영진(CEO)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번 간담회에서도 문제점을 과감히 지적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옵니다.
가계부채 관리가 화두가 될 것이란 예측도 있는데요. 올해 초부터 가계대출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비롯해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월 4조1000억원, 5월 5조3000억원,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지난달 9조8000억원 등으로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난달에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렇군요.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건과 관련해 그가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고요.
-네, 김 위원장은 잇달아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목소리도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2022년 우리은행의 700억원 횡령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에는 100억원대 횡령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 친인척의 350억원 특혜대출 정황까지 나오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 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김 위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만남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또한 최근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진행했는데요. 최종 인수합병 승인의 경우 금융위의 결정사안인 만큼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월례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의 반복된 사고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지주나 우리은행의 경영진도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네, 5대 시중은행장을 포함해 금융지주 아래 금융사 CEO는 올해 말로 대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요.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서는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