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달 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 현황 점검
저축은행 "보수적인 대출영업 기조…유동성 리스크 크지 않을 것"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건전성 악화까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퇴직연금 영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건전성 악화까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퇴직연금 영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이 판매하는 퇴직연금 상품 현황에 대한 점검을 시작하는 가운데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 시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보수적인 대출영업 기조를 이어오며 리스크 관리도 하고 있어 유동성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를 앞두고 내달 초 저축은행 업권의 퇴직연금 잔액과 만기, 취급액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저축은행 퇴직연금 현황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저축은행 예금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퇴직연금 상품이 연말 만기 도래로 유동성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32곳의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금(90조1600억원)의 약 34%에 달한다.
최근에는 자산규모 업계 6위인 페퍼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전략 변경을 위해 퇴직연금 정기예금 취급을 중단하고 창구 및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사안"이라며 "보수적인 영업 기조로 인해 수신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퇴직연금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지속적으로 퇴직연금 비중을 축소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페퍼저축은행 퇴직연금 고객은 해당 상품에 재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만기 도래 후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페퍼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한 가운데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건전성 우려도 따른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6일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투기)등급으로 떨어지기 전 NICE신용평가사에 신용등급 취소 요청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시중은행은 신용등급 BBB 이하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판매를 줄줄이 중단했다. 저축은행은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모집하지 못하고 주요 은행 퇴직연금 시장에 고금리 정기예금 등을 판매한다.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급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퇴출된다.
이에 일각에선 퇴직연금 판매중단이 타 저축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잔액에 큰 변화는 없고, 판매 중단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도 "업권 내 판매 중단이 추가 확산될 가능성은 각 사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현실화 등 외부요인과 손실흡수여력 등 경영 내실화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PF 부실 현실화 우려 등의 업권 내 위기감이 해소돼 갈수록 신용등급 회복, 퇴직연금 상품 판매 재개 또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잔액은 99조9128억원으로 2년 8개월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더팩트 DB |
실제 저축은행은 최근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이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잔액은 99조9128억원으로 2년 8개월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신금리를 낮추고 대출상품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는 등 지속적으로 몸집을 줄여온 탓이다.
저축은행이 긴축에 나선 것은 업황이 어려워져서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점포를 정리하고 임직원 규모도 줄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은 30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965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2839억원 확대됐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8.36%를 기록했다. 3월 말(8.80%)보다 개선됐지만 7월부터 다시 오름세다.
이에 저축은행업계의 보수적인 영업 기조와 다운사이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선 연말 퇴직연금 만기 도래 시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곳은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퇴직연금 만기 및 잔액은 예측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각 사에서 대응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저축은행 업권의 퇴직연금 잔고가 감소 추세이지만, 이미 2022년 말부터 보수적인 대출영업 기조를 이어오며 수신고 확대에 대한 유인도 줄고 리스크 관리도 해왔기에 업권 내 유동성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