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회장, 2015년 장남 한상철 후계자 지목
지분 확보·상속세 재원 마련 방법은 미지수
성석제 제일약품 사장(위 왼쪽)이 내년 임기 20년을 맞이한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이 그의 첫째 아들 한상철(오른쪽)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별도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성석제 사장의 연임이 한상철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일약품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제약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 타이틀을 거머쥔 성석제 제일약품 사장이 내년에 임기 20년을 맞이한다. 제일약품 창업자 고(故) 한원석 회장의 장남인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이 그의 첫째 아들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지도 10여년이 지났다.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별도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상철 사장이 어떤 방안으로 경영권을 확보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성석제 사장의 장기집권이 한상철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파마홀딩스는 제일약품의 지분 49.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파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한승수 회장이다. 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의 지분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57.80%, 3%다. 한상철 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 9.7%, 제일약품 0.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한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셈이다.
한승수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은 당일 시가 기준 약 820억원에 달한다. 한상철 사장은 한승수 회장에게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넓힐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과세가액이 30억을 초과하기 때문에 상속세 최고 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진다면 60%에 달하는 상속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승수 회장이 한상철 사장에게 지분을 전부 물려줄 경우 한 사장이 납부해야할 세금은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를 해결할 재원 마련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앞서 한상철 사장은 지난 2017년 6월 회사분할로 인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도 관계사 지분을 크게 확보하지 않았으며, 그의 보수 또한 5억이 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반포자이 아파트 뿐이다. 당시 시세 기준 42억원에 달하는 아파트였지만,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활용하지 못한다. 해당 제도는 피상속인이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줘 가업승계로 인한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 중견기업의 경우 증여일의 직전 3개 소득세 과세기간 또는 법인세 사업연도의 매출액의 평균금액이 500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제일약품은 당장 지난해만 해도 매출 7264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에 해당 제도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한승수 회장의 나이가 올해 77세인 만큼 더 이상 경영 승계를 미룰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성석제 대표가 제일약품 경영 전면에 나설 동안 한상철 사장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23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7연임에 성공한 성석제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은 2026년이다. 한상철 사장의 제일약품 사내이사 임기 역시 2026년까지다. 오는 2026년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성 사장이 연임할지, 2년의 시간동안 경영권 승계 작업을 준비할 한상철 사장이 대표이사직으로 신규 선임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성석제 사장은 한국화이자제약 재정담당 상무와 운영담당 부사장, 영업 및 노사담당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5년부터 제일약품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제일파마홀딩스 관계자는 "최근 이와 관련한 질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아직 지분 승계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