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로 신뢰 잃은 신풍제약
어진(오른쪽) 안국약품 부회장에 이어 장원준 신풍제약 전 대표도 구속 수감 됐다. /더팩트 DB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장병문 기자]
◆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이어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도 구속
-다음으로 제약업계의 소식을 들어볼까요?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지난 13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장원준 전 대표는 이번 추석 명절을 구치소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장원준 전 대표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 모 전무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장원준 전 대표는 실형을 선고받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장원준 전 대표와 노 모 전무는 지난 2008년 4월~2017년 9월까지 고(故) 장용택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원재료 납품업체인 A사의 납품가를 부풀리거나 거래한 것처럼 조작해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9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었는데요. 노 모 전무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장원준 전 대표는 항소심 결심 공판 당시 39살의 나이로 대표·부사장 직위에 있었지만 아버지가 주식, 증권카드, 인감 모두를 관리하고 있었고 노 전무가 비자금이 든 봉투를 들고 왔을 때도 놀랐지만, 의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장원준 전 대표는 1심보다 감형받았지만 실형을 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재판부는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신풍제약에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신풍제약의 오너 부재 리스크가 현실화 되면서 회사의 수익성 개선 전략에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은 언제 출소하나요?
-안국약품의 어진 부회장 역시 올해 '옥중 추석'을 보냅니다. 어진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한 혐의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아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오는 10월 출소 예정이기 때문에 내년 설날이 출소 후 맞이하는 첫 명절이 되겠네요. 어진 부회장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재판도 5년째 받고 있는데요. 어진 부회장에 대한 잡음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진 부회장이 출소 직후 경영에 곧바로 복귀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진 부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네. 어진 부회장은 안국약품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진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부친으로부터 안국약품 지분 20.35%를 상속받았습니다. 이는 종가 기준 약 260억원에 달하는데요. 어진 부회장이 납부해야하는 상속세는 약 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진 부회장에게 주어진 상속세 납부 선택지는 두가지입니다. 출소 후 대표이사직에 올라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상속세 감면을 받거나, 사법리스크와 회사를 분리해 대표이사직에 오르지 않고 온전하게 상속세를 전부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를 선택할 경우 상속세 신고 기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어진 부회장은 오는 2025년 2월전에 대표이사직으로 올라야 하는데요. 이에 따라 출소와 경영 복귀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제약사 오너들의 사법리스크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오너이기 때문에 신뢰도 추락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두 제약사가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경배 HMM 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HMM 본사에서 열린 '얼라이언스·중장기 전략 설명회'에서 중장기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
◆ 새로운 해운동맹으로 한 숨 돌린 HMM, 남은 과제는?
이번엔 해운업계 소식을 들어볼까요? 한국 대표 선사 HMM이 새로운 글로벌 해운동맹을 구성하고 '친환경 선대' 구성을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해운동맹이던 '디얼라이언스'에서 독일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향후 세계 시장에서 독자 경쟁력 구축을 위한 반드시 재매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HMM이 새로운 해운동맹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HMM은 일본 ONE, 대만 양밍과 함께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해운동맹을 구축하고, 오는 2025년 2월부터 5년간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세계 1위 해운사 MSC와도 북유럽·지중해 항로에서의 '선복 교환'에 합의했습니다. MSC와의 협력 기간은 2025년 2월부터 4년간입니다.
-새 해운동맹을 맺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에 HMM의 해운동맹이었던 '디얼라이언스'가 사실상 해체되기 때문입니다. 디얼라이언스 동맹은 세계 2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와 한국 HMM, 일본 ONE, 대만 양밍으로 구성됐습니다. 내년부터 하팍로이드가 탈퇴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동맹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MSC가 합류하면서 HMM 입장에서는 오히려 위기가 기회로 '전화위복' 됐습니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신규 협력 서비스 항로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체제(26개)보다 4개의 항로가 늘어난 30개가 됩니다. 이중 유럽 항로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운영 서비스에 세계 1위 선사인 MSC와의 선복 교환 협력을 통해 기존 8개(북유럽 4, 지중해 4)에서 11개(북유럽 6, 지중해 5)로 대폭 강화됩니다. 대표적인 해운동맹인 오션얼라이언스 10개(북구주 6, 지중해 4), 제미나이 협력 7개(북구주 4, 지중해 3)보다도 늘어나게 됩니다.
-해운동맹과 선복교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해운동맹은 항공사들의 항공동맹 '코드셰어'와 유사하게 동맹 내에서 선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만약 A 해운사가 150%의 물량을 받아 50% 초과 물량분을 받았는데, 동맹 내 B해운사가 10% 선복량만 사용하고 있다면, B해운사로부터 50%를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선복교환은 해운사별로 선복을 1대1로 교환한다는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A해운사가 아시아 노선을 B해운사에게 50% 제공하면, B해운사가 유럽노선 항로 50%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MSC와 선복교환 형식으로 구성한 것은 유럽 감독당국의 불필요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얼라이언스 구성에 대한 여러 혜택을 부여했던 것들을 모두 종료했으며, 상당히 많은 유럽계 선사들이 규제와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이정엽 HMM 컨테이너사업본부장은 "MSC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선복 교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저희가 표현을 '협력'이라 낮춘 건 불필요한 규제당국의 업데이트를 끌어내지 않기 위한 조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중장기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면서요.
-네. HMM은 오는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운송 사업을 중심으로 벌크 운송 사업·통합 물류 사업 영역을 확장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선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사업(12조7000억원) △벌크 사업(5조6000억원) △통합 물류 사업(4조2000억원) △친환경·디지털 강화(1조원) 등에 투자합니다.
-친환경 부문에 특히 관심이 많다던데요.
-네. HMM은 오는 2050년 '넷 제로(Net-Zero)' 달성 목표를 2045년으로 5년 앞당기고, 친환경 부문 투자에 총 투자금액(23조5000억원)의 60% 이상인 14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저탄소 선대, 친환경 사업, 친환경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친환경 운송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 약 70척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전 운송구간에서 탄소중립을 실현,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HMM의 중장기 전략이 계획대로 추진될까요.
-사실 HMM의 가장 큰 선결 과제는 장기적 경영 안정성을 위해 매각 작업을 마치는데 있습니다. HMM 매각이 난항을 겪는 것은 최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전환사채(CB) 때문입니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영구채는 2조6798억원 규모인데, 영구채 전량을 전환가액인 5000원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현재 유통주식수보다 많은 5억3578만주가 시장에 쏟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들 기관의 HMM 지분율도 71.68%까지 확대돼 인수자 부담도 급증하게 됩니다.
-HMM은 영구채 상환에 대한 의지가 큽니다. HMM은 올해 10월과 내년 4월 각각 6600억원, 72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조기 상환을 앞두고 있습니다.김경배 사장은 "영구채는 이자율이 올라가는 시점이 있다. 그 때가 되면 저희는 무조건 상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변수는 채권단 의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권단은 영구채 상환에 동의할지 주식으로 전환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 산은과 해진공은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상환을 추진한 HMM의 의견과 반대인 셈이죠.
-대주주와 HMM이 왜 상반된 의견을 내는 것인가요.
-경영진 책임 문제 때문입니다. HMM입장에서는 이자율이 높아지는 시점에 영구채를 상환하지 않으면 경영진의 책임 문제가 나타납니다. 반대로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 입장에서는 상환액보다 주식 가치가 더 큰데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경영진의 배임 혐의를 받게 됩니다. 결국 HMM 인수자가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매입가를 적절히 협상하는 방법 뿐인 상황이죠. 지난 2월 매각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은 산은, 한진공이 보유한 지분에 6조4000억원의 매입가를 제시했지만, 이후 발생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HMM의 매각이 원만히 이루어지고 세계 무대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해운사로 발돋음하길 기대하겠습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