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임신·출산 보험상품 보장 대상으로 허용
펨테크 시장 규모 2030년 130조원까지 커질 전망
금융당국이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임신·출산을 보험상품 보장 대상으로 허용한 가운데 보험업계가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픽사베이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당국이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임신·출산을 보험상품 보장 대상으로 허용하면서 보험업계가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임신·출산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경우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어떤 보장을 담은 상품을 출시할지에 대한 보험사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8일 열린 제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국민 체감형 상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임신·출산을 보험 상품 대상에 편입했다.
그동안 임신과 출산은 보험 대상으로 보기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 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보험이란 우연한 사건 발생과 관련한 위험을 보장한다. 임신·출산이 우연한 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당국은 '보험 상품의 우연성이란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사고 발생 여부나 발생 시기가 객관적으로 확정되지 아니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임신·출산의 가능성과 시기도 우연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생 상황에 놓여있다. 통계청이 8월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확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9200명(7.7%) 줄었다.
당국이 임신·출산을 보험상품 보장 대상으로 허용하면서 보험업계는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임신·출산 관련 상품을 중심으로 여성보험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에선 올해 연말부터 임신·출산 관련 보험 상품이 개발·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구체적인 상품 구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임신에 따른 소득 상실분이나 출산에 따른 입원·치료비, 산후조리 과정에서의 비용 등을 보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23만명의 출생아 수를 감안할 경우 한해 약 20만명의 임산부에 대해 보장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성 특화보험 라인업을 보유한 손보사들이 '펨테크'(Femtech·여성을 위한 기술, 상품, 서비스) 전쟁에 발 빠르게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펨테크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973억 달러(약 1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보험 차별화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한화손해보험 역시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임신·출산을 보험상품 보장 대상으로 허용한 부분은)당국 회의에서 이제 막 논의된 상황이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관련 내용 확정 시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올해 연말부터 임신·출산 관련 보험 상품이 개발·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더팩트 DB |
다만, 일각에선 임신·출산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경우 손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보험사들은 어떤 보장을 담은 상품을 출시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임신과 출산의 경우 보장 기간이 짧다 보니 장기상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 출시할지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다.
손해율 등을 고려해 둘째 출산부터 보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비자가 보험금을 노리고 가입하는 등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으며 둘째 출산부터 보장 시 출생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규제 완화 이후 임신, 출산과 관련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절반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로 출시 시점이 넘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이 40주이기 때문에 새로운 임신, 출산에 중점을 둔 보험을 만들려고 하면 단기보험, 장기보험 중 어떤 보험으로 할지 결정도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검사도 다양해지고 거기서 발견되는 문제들도 있다 보니 태아를 치료하는 과정 등이 쉽지 않을 것 같고 관련 손해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손해율 우려보다는 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에 발맞춰 보험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