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득' 김옥숙, 아들 재단에 147억 입금…노태우센터 설립엔 5억
은닉 자금, 역외 탈세 등으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의심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소송 2심에서 904억원이 적힌 메모를 공개했고,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김옥숙 여사가 100억원대 자금을 운용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재산 은닉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세기의 이혼' 소송에서 904억원이 적힌 메모를 공개한 후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은닉 재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904억원이 '추가 비자금'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평생 근로소득 등의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100억원대 자금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은닉 자금이 역외 탈세 등으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4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심 후보자를 향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해외 은닉 여부와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 질의했다. 그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은닉 재산 환수를 위한 합동조사단이 구성됐고, 2020년에는 그 가족의 탈세 혐의에 관한 검찰의 어떤 동향이 있던 것으로 (언론) 기사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노 관장과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돼 있던 것이고, 검찰이 추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 수익 은닉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추가 비자금 은닉 정황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지난 1996년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았고, 이를 2013년 완납하며 추징금 문제에서 떳떳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는 중이다.
논란이 더욱 거세진 것은 노 관장 측이 이혼 소송 2심에서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적은 '메모'를 공개하면서부터다.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기재돼 있다. 이 메모를 통해 자금이 SK에 흘러 들어갔다는 점이 확인되고, 이 자금이 SK 성장의 마중물이 됐기 때문에 SK 주식에 대한 자신의 몫을 재판부가 인정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
노 관장 측은 해당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2심 판단에 따라 '재산 분할 1조3808억원'을 이끌어냈으나, 결과적으로 부정한 돈의 존재를 스스로 알린 셈이 됐다.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 자금 904억원이 연희동 저택과 노 전 대통령 측근, SK 등에 고루 분산된 '맡긴 돈'으로 기재됐는데, 이는 1995년 검찰의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도 드러난 바 없는 돈이다.
특히 김 여사가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운영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자신의 명의로 147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재산 은닉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여사가 지난해 '보통사람들의시대 노태우센터' 설립 당시 5억원을 출연한 것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김 여사가 수백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은닉 자금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2021년 노 전 대통령 사망을 전후로 은닉 비자금이 재단 기부, 역외 탈세 등으로 대물림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 변호사는 지난 2016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취재를 통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3곳을 설립한 것이 드러났으며, 해외에 다수 부동산을 보유했던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과 관련한 재수사 및 과세가 이뤄질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자는 정치권의 비자금 환수 필요성에 대해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해 보겠다"고 답했다. 지난 7월 강민수 국세청장은 당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시효나 관련 법령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탈세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헌정 질서 파괴 범죄자가 사망해 공소 제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하고 추징하는 내용의 '고(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기재위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관장 측이 공개한 '904억원 메모' 등을 근거로 국세청에 '탈세 제보서'를 제출, 불법 정치 자금에 대한 탈세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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