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도 제한적 해석…카카오 판례 有"
한경협은 4일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금산분리 규제로서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 검토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제 대상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4일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금산분리 규제로서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 검토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상출제)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보고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금융·보험사 범위가 넓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업 또는 보험업 범위는 통계법에 따른 한국표준산업분류를 따르고 있다. 해당 기준상 고객 자금을 예탁받는 은행과 보험 등 수신금융사뿐만 아니라 캐피탈과 신용카드업 등 여신 기능만 수행하는 회사도 금융·보험사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공정거래법에서 인용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가 본질적으로 통계를 위해 작성된 것에 불과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과 산업 융합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의결권 제한 규정 취지를 고려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과거 기업집단이 금융·보험사를 소유하며 향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자금을 대주주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를 고려하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사법부가 의결권 제한 규제 대상 금융사를 제한적으로 해석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카카오 기업집단 케이큐브홀딩스를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언급했다. 공정위는 금융 수익이 95%를 넘는 금융사가 카카오게임즈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규정은 예탁자금을 이용해 계열사 확장을 방지하는 데 취지가 있다며, 규제 대상이 되는 금융업은 타인 자금 운용을 업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공정위 처분을 취소했고, 대법원은 지난 5월 공정위 항소를 기각했다. 보고서는 대법원판결에 대해 타인 자금 운용업만을 의결권 제한 적용 받는 금융업에 해당한 것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행 금융·보험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기능별로 규정하는 방안 △공정거래법 의결권 행사금지 규제를 받는 금융·보험사 범위를 고객 자금을 수신하는 금융사로 한정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경협은 "신산업 활성화와 규제 현실화를 위해 금융보험업 정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