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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메모' 노소영 제 발등 찍나…국회서 노태우 비자금 몰수 추진
입력: 2024.09.02 11:55 / 수정: 2024.09.02 11:55

"노태우 비자금, 당사자 사망해도 몰수해야" 법안 발의

조만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조만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몰수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실체가 드러난 '쪽지 메모'와 관련해 비자금을 몰수·추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2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 관장 측이 제시한 비자금 메모가 결과적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증거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범죄 수익을 당사자 사망으로 추징할 수 없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노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장 의원은 이날 두 전직 대통령을 겨냥해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헌정 질서 파괴 범죄자들이 불법적으로 축적한 범죄 수익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추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했다. 그간 노 전 대통령 측은 이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추가 은닉 자산이 더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 측이 이혼 소송 2심에서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쪽지 메모'를 증거로 제출하면서부터다. 메모에는 '선경(SK) 300억' 등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기재돼 있다. 장 의원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노태우 씨의 추가 비자금 904억원이 기재된 메모가 공개됐다"며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노태우 또한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 측이 증거로 제시한 김 여사의 메모는 이혼 소송 2심에서 재산 분할 1조3808억원이라는 압승을 이끌어냈다. 2심 재판부는 메모에서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부분에 주목,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흘러 들어갔고, 이 자금이 SK 성장의 마중물이 됐다며 SK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몫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노 관장 측은 추징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부정한 돈의 존재를 뒤늦게 스스로 알렸고, 또 2심 재판부는 은닉에 성공한 범죄 수익을 판결의 기초로 활용한 셈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혼 소송에서 노태우 씨의 추가 비자금 904억원이 기재된 메모가 공개됐다며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노태우 또한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혼 소송에서 노태우 씨의 추가 비자금 904억원이 기재된 메모가 공개됐다"며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노태우 또한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물론 향후 재판에서 이 메모에 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SK에 건넨 돈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측이 SK에 요구한 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최 회장 측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실제로 비자금 300억원을 놓고 "노 전 대통령 측이 SK에 요구한 노후 자금"이라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취재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비자금 30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밝혔다. SK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도 앞서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추후 김 여사의 메모가 '받았다'라는 의미가 아닌 '주겠다'로 받아들여지며 해석이 달라지더라도 노 전 대통령 일가를 향한 따가운 시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닉 자산이 더 있을 것이란 의혹 자체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경 300억' 외에도 여러 실명이 적혀 있는 등 김 여사의 메모는 그간 출처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 노 전 대통령도 과거 비자금 수사에서 자신이 약 46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장 의원은 "전두환, 노태우 씨가 축적한 막대한 금액의 비자금 중 일부는 여전히 파악도, 환수도 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5공, 6공 불법 자금을 단 한 푼도 남김없이 끝까지 추적하고 추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수 의지를 밝혔다.

한편, 최근 김 여사가 아들 노재헌 이사장이 운영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기부금을 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센터에 출연금 147억원을 입금했는데, 경제 활동이 없는 김 여사가 어떠한 경로로 이 출연금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 역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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