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피해 시원한 실내로, 저녁 시간 방문객 증가
쇼핑 외 식당·팝업스토어 등 찾는 소비자도 늘어
폭염,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지난 25일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우지수 기자] 서울에서만 34일 동안 이어진 올해 '역대 최장' 열대야에 유통 업계가 특수를 보고 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쇼핑몰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을 방문한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저녁 시간대 방문객으로 한정해 집계하면 최대 20%까지 증가한 매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을 찾은 소비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오후 5시30분∼8시30분 사이에 롯데백화점 방문객 수는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특히 주력 매장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은 20일 동안 350만 명이 방문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일~20일 방문객이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오후 6에서 8시 사이 방문객은 22.5%, 매출은 8.7% 뛰었다. 식음료 매장 매출액이 18.8% 뛰면서 쇼핑뿐만 아니라 퇴근 후 시원한 곳에서 식사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 경우 방문객이 5.5%, 매출액은 4.9% 성장했다. 지난 6월 1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개점한 식음료 코너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오후 5시 이후 매출액이 코너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스타필드 하남점은 이달 총방문객이 145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 늘어났다.
여름철에 백화점·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늘자 전문가들은 휴게 공간, 체험형 콘텐츠 등 소비자 발길을 이끌기 위한 유통 업계 노력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대기오염물질 측정수치 안내 전광판에 온도가 37도를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
대형마트도 열대야 특수를 누렸다. 더울수록 잘 팔리는 아이스크림, 빙과, 맥주 등 제품군 판매량이 크게 성장했다. 이마트가 이달 2일부터 15일 사이 오후 6시~오후 11시 아이스크림과 음료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월 대비 각각 39%, 4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맥주와 델리(완전조리식품) 판매량도 각각 23%, 14%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먹거리를 강화한 매장 메가푸드마켓 매출액이 늘었다. 오후 8시 이후 6000원대 '당당치킨' 등 델리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40% 이상 올랐다. 같은 시간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롯데마트는 상온·냉동·냉장 간편 요리 상품군과 델리 코너 내 파스타류, 탕수육 등 간편요리 상품군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5% 성장했다.
이와 관련,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은 일반적으로 쇼핑몰 비수기로 통하는데 이례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폭염, 열대야가 길어지자 도심 속에서 쉽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쇼핑몰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쇼핑 외에도 식당을 방문하거나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는 소비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34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장 열대야 기록이다. 열대야란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유통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집객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이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찾아가고 싶은 매장이 돼야 한다"며 "업체들 역시 휴게·체험 공간에 힘을 줬고 그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남은 여름은 물론 올해 겨울에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