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부회장, 오는 10월 출소
"어진, 대표이사 취임할 경우 기업 신뢰도 하락"
불법 리베이트 재판 5년째 진행 중
임직원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오는 10월 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한 혐의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은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오는 10월 출소한다. 어진 부회장은 출소 직후 경영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소비자 신뢰 하락과 사법리스크 이슈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복귀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보인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어진 부회장은 오는 10월 형기 만료로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어 부회장이 출소 즉시 안국약품 대표이사에 오르기 위한 절차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속세 문제를 비롯해 기업가치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쌓여 있다.
어진 부회장은 안국약품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에게 물려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어준선 명예회장으로부터 안국약품 지분 20.35%를 상속받았다. 당시 종가 기준 약 26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어진 부회장은 기존 보유중이던 지분 22.68%의 지분과 함께 총 43.22% 지분을 지닌 최대주주가 됐다.
상속세 과세가액이 30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져 60%에 달하는 상속세가 부과됐고, 납부해야하는 상속세는 약 160억원에 달한다.
어진 부회장이 취득한 지분은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적용된다. 가업상속제도란 피상속인이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줘 가업승계로 인한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
다만, 해당 제도는 주어진 요건을 충족해야지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상속인의 경우 상속세 신고 기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한다. 어진 부회장의 신고 기한은 지난 2023년 2월이다. 즉, 어진 부회장이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오는 2025년 2월 전에 대표이사직으로 올라야 한다.
어진 부회장에게 주어진 상속세 납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출소 후 대표이사직에 올라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상속세 감면을 받는 방법과,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회사를 분리해 대표이사에 오르지 않고 분납 등의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이다. 다만, 지난 2022년 3월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을 동시에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안국약품 사내이사에 복귀했다. 어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보아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직원에게 불법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이 제약사의 대표이사로 오르는 게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어진 부회장이 출소 후 대표이사로 취임할 경우 기업 신뢰도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약사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의약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인데 오너가 나서서 그런 과욕을 부린 상황은 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기업에서 벌어지더라도 중대한 문제인데, 제약회사 오너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더 큰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높고. 기업 신뢰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어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을 실시했다는 리스크가 이례적인 만큼 추후 안국약품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신약 개발 과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어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 없이 개발 중이던 혈압강하제를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투여했다. 이어 2017년에는 직원 12명에게 항혈전 응고제를 투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2심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어진 부회장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재판도 5년째 받고 있다. 어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 2019년 7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취재진은 안국약품에 어진 부회장 경영 복귀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