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 장착 논란
소비자 "속았다" 반응…벤츠 "정책상 부품 알리지 않는다"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인천 서구 청라지구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난 큰 불의 원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믿고 구매하는데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가 저품질이란 사실에 '속았다'는 반응이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량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이 탑재됐다. 해당 차량의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벤츠 EQE에는 같은 차종이라도 연식과 사양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EQE 일부는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제품도 탑재됐지만,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의 중국 배터리 사용은 기업 1대, 2대 주주가 모두 중국기업인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벤츠는 지리자동차의 리슈푸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TPIL이 벤츠의 지분 9.69%를 매입해 2018년 최대 주주에 올랐다. 2019년엔 베이징차가 벤츠 지분 9.97%를 확보해 새로운 최대 주주에 올랐고, TPIL이 현재 2대주주다.
벤츠가 파라시스의 지분 3%를 인수하며 협력을 강화한 것이 2020년임을 감안하면, 1대주주와 2대주주의 변경 시기와도 일치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네티즌들이 벤츠와 '짱개'의 합성어인 '짱츠'를 활용해 메르세데스-벤츠를 비판하고 있다. /보배드림 캡처 |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벤츠 전기차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1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차량에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을 '중국산'으로 썼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소비자들이 벤츠와 '짱개'를 합친 '짱츠'라고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경쟁사인 비엠더블유(BMW)나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보다도 차를 못만든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돼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2020년 이후부터 벤츠가 변한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파라시스가 과거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중국에서 리콜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파라시스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전기차 3만1963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지시받기도 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다만, 벤츠 측은 화재 차량에 중국산 배터리 탑재 여부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회사 기밀 유지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회사의 정책에 따라 차량에 들어가는 납품업체의 정보를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으며, 배터리셀 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 부품에 대해 알리지 않는다"면서 "납품업체와의 협의 하에 홍보 등의 차원에서 러프하게(합작법인 설립 등) 일부 알려질 수는 있지만, 세부적인 차종과 부품을 자세히 알리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