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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주총 표 대결 재현하나
입력: 2024.08.01 00:00 / 수정: 2024.08.01 08:04

대주주 연합, 전문경영인 체제 속도…임시 주총 소집 청구
임종윤·임종훈 "합의 되지 않은 부분" 임시 주총 반대


한미그룹 대주주 연합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새롬 기자
한미그룹 대주주 연합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대주주 연합 3인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에 대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반대 의견을 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간의 분쟁 불씨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주주 연합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대주주 연합은 임시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변경)의 건과 신규 이사선임(사내이사 2인, 기타 비상무이사 1인)등을 의결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임시 주주총회는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달 뒤인 9월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연합은 이번 안건 의결을 통해 시장에서 우려하는 한미약품그룹 경영 상황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 선진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형제(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 측은 즉시 반기를 들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임종훈 대표이사는 지난 30일 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다른 대주주들께서 언급하셨던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현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훈 대표이사는 같은 날 일부 언론과 만나 "(대주주 연합의 결정은)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며, 우리 형제와 논의된 게 없었고 신동국 회장이 일방적으로 '믿고 따라와라' 식으로 행동하면서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종윤 사내이사는 신동국 회장의 이사회 진입은 찬성하지만, 정관 변경에는 반대했다. 임종윤 사내이사 측 관계자는 "기존 정관에 따라 신동국 회장의 이사회 진입은 지지하지만, 2인을 추가로 선임하게 될 경우 정관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며 나머지 2인에 대한 지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왼쪽부터)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한미그룹, 한양정밀, 더팩트 DB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왼쪽부터)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한미그룹, 한양정밀, 더팩트 DB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 측 인물 5명(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권규찬 기타비상무이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사봉관 사외이사)과 대주주 연합 측 인물 4명(송영숙 사내이사·신유철 사외이사·김용덕 사외이사·곽태선 사외이사)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즉, 형제 측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에 따르면 최대 10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대주주 연합은 정관을 개정하고 대주주 연합 측 인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의 과반수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관 개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인 66.7%가 찬성해야 한다. 대주주 연합 측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48.19%다. 형제 측의 지분은 29.07%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분 6.04%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펼쳐진 표 대결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기 주주총회 이후 4개월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정기 주주종회 당시 '캐스팅 보트'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의 손을 놓고 대척점에 있는 모녀 측의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또한, 소액주주들의 민심도 예전 같지 않다.

한미약품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6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을 만나 경영 정상화와 형제들의 비리 경영 등에 대해 질문했다. 임주현 부회장은 "내부적으로 엄격하게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며 "두 분(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이 계신 곳에서 주주들과 소통 하고 있을 것이고 회사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답변드린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준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회사 가치를 20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만 해놓고 주총 이후 사실상 보여준 게 하나도 없어 소액주주 입장에선 실망감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임종윤 이사 선임에 잇달아 반대 의견을 낸 이력이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대주주 연합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임종훈 대표와 임종윤 이사 측이 주주 제안한 후보들의 선임 건에 대해서도 전부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내세운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했다. 이어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임종윤 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이사회 구성을 재편하고, 형제 측으로부터 경영권을 다시 뺏어오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며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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