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접수 마감에 기약 없는 기다림, 빗길 낙상 부상자도
기업발 구제책 소식에 "고객 생각하는 회사 늘어야" 목소리 나와
티몬·위메프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JK타워 티몬 신사옥 앞에 여행 상품 등 환불을 요구하기 위해 방문한 피해 소비자 대기열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신사동=우지수 기자 |
[더팩트|신사동=우지수 기자] "부산에서 출발해 오후 1시 도착했는데 번호표는 고사하고 언제쯤 응대해 주겠다는 언질도 못 받았다. 여행 상품을 환불받을 때까지 계속 기다릴 계획이다." 26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JK타워 티몬 신사옥을 찾은 한 피해 소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티몬·위메프 서울 본사를 찾아 구매 상품 환불을 요구하고 있었다. 건물 밖에는 피해 소비자 400여 명이 폭염과 폭우 속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몰리는 인파와 미끄러운 빗길에 낙상 부상자까지 발생하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티몬 신사옥 앞에는 우산을 든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건물 내부부터 시작된 인파는 불만과 걱정, 결심이 섞인 표정으로 티몬 본사 건물을 바라봤다. 환불을 요구하는 원성은 대부분 티몬에서 올여름 여행 상품을 예약한 고객들의 목소리였다.
티몬은 이날 새벽부터 현장에서 소비자 환불 절차에 들어섰지만 오후 5시 기준 더 이상 환불 접수를 받지 않고 있었다. 환불 대기 인원에게 발급된 번호표는 1800명 이상으로 집계됐지만, 건물 내부에서 환불 절차를 밟은 인원은 600여 명에 불과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오후 3시20분께 티몬 본사에서 대기 중인 소비자들을 찾아 "현재로써는 더이상 현장 접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1000명 정도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권 본부장은 이날 새벽 고객 환불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3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어제(25일) 발표한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판매대금 규모인 1700억원에는 한참 모자란 금액이다. 추가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권 본부장은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환불 신청 접수가 멈추고,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기열에도 불구하고 티몬 본사 앞 소비자들은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900번대 번호표를 받았다는 소비자는 "새벽에 도착했는데도 900번대다. 이 날씨에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은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이어졌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폭우에는 낙상 부상자까지 속출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70대 여성 A씨는 티몬 건물 주차장 경사면에서 빗물에 미끄러져 구급차로 이송됐다. 같은 장소에서 왼쪽 손목 골절이 의심되는 낙상 부상자가 또 발생하자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안전 보호에 나섰다.
티몬·위메프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4시 30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JK타워 티몬 신사옥 앞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부상을 입은 소비자를 소방관들이 이송하고 있다. /신사동=우지수 기자 |
피해 소비자들은 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상품을 판매한 일부 기업들이 소비자 피해 구제를 약속하며 신뢰 회복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했다. 오후 2시께 현장에 도착했다는 장 모 씨는 "이곳에 남아 있는 인원은 기업 구제 대안이 없는 피해자들"이라며 "고객 입장도 고려해 주는 회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 친화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시몬스 침대는 고객들이 이미 결제한 4억원 상당의 제품을 정상적으로 배송하겠다고 공지했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회사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비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소비자의 불편과 불안감을 먼저 해소한 뒤 티몬과 차근히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SPC그룹은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판매된 SPC모바일 상품권을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판매를 즉각 중단했다. 한샘 경우 티몬·위메프로부터 발생한 미수금이 64억원에 달했다. 한샘은 인테리어 시공 구매자 중 철거를 이미 진행한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6억원 손실을 감수하고 공사를 정상 진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도 소비자 구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티몬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 긴급 경영안정자금(재해, 경제 위기, 감염병 등 위기 상황에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을 지급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티몬·위메프 대금정산 지연에 대해 전담대응팀을 구성하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티몬·위메프 관련 상담 건수는 4137건에 달했다. 특히 여름 휴가철 여행 관련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상담이 1576건으로 가장 많아 신속한 피해 구제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환급 요구 이외의 사례에 대해서는 판매자 수와 쟁점이 다양해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 등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