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부터 임금교섭…노사 기존 입장 유지
전삼노 "29일까지 사측이 새로운 안 제시해야"
삼성전자 노사는 23일 임금교섭을 재개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총파업 보름 만에 임금교섭을 재개한 삼성전자 노사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23일 경기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이날 협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이후까지 약 8시간 동안 이뤄졌다. 협상 테이블에는 노조가 요구한 △전 조합원 5.6%(기본 3.5%·성과 2.1%) 인상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경제적 보상 △노조 창립일 휴가 등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톤 협상에도 타결이 이뤄지지 않은 건 임금인상률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5.1%(기본 3%·성과 2.1%) 인상률을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와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올해 초부터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화 역시 지난달 27일 3차 사후조정회의를 마지막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전삼노는 총파업에 나섰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고, 10일에는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임금협상 전날인 22일에도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전삼노는 이날 교섭과 관련해 "도출된 결과는 없다"며 "29일까지 사측에 새로운 안을 가져오라고 통보했다. 29일부터 3일 동안 집중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삼노 조합원들이 지난 8일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진을 찢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이날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노조 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반도체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삼노는 '생산 차질'을 목표로 파업에 나섰고, 이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걱정이 상당한 편이었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잠시라도 멈추면 정상화하는 데 많은 시간, 비용이 들게 된다. 현재 인력 배치 조정 등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납기와 관련해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특히 반도체가 국가 주력 산업이라는 점에서 노조 리스크는 결과적으로 국내 투자와 고용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결정적 시점에 노조 리스크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이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놓고 미국·대만 등과 경쟁하고 있는데, 노조는 삼성 내부를 향해 공격적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담 개발팀을 만들며 그간 고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영역에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삼노는 이러한 절실함을 이용해 HBM 생산 장비를 멈추게 하겠다는 파업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전삼노가 추후 파업 명분을 쌓아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임금(등기이사 제외)은 1억2000만원으로, 상위 4%에 해당한다. 내부적으로는 생산 라인에 타격을 주는 방식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업 첫날인 8일 결의대회 당시 노조 추산 4000~5000명(경찰 추산 3000명)이던 참가자 수가 11일 집회 350여명, 12일 집회 200여명 등으로 감소하는 등 집회 규모는 연일 줄고 있다.
전삼노는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사측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노조는 조급하지 않다"고 전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