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창업자 구속…카카오 창사 이후 처음
벌금형 이상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
지배구조 변동 여부에 촉각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황원영 기자] 카카오뱅크가 출범 7년 만에 지배구조 위기에 내몰렸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사명에서 카카오가 빠질 가능성도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그간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앞서 SM엔터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쩐의 전쟁을 벌였을 당시 하이브의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설정·고정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엔터 지분을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했는데, 이는 실패로 끝난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보다 3만원 높은 수준이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앞서 구속됐고, 현재는 보석 상태다.
김 위원장이 결국 구속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리스크가 수면위로 올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이번 수사를 의뢰하면서 카카오 경영진은 물론 카카오 법인도 검찰에 송치했다. 대표나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해서 위법행위를 하면 법인도 형사책임을 묻도록 한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근거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다. 해당 특례법은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분기말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카카오가 이번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중 10%만 남기고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카카오뱅크가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뱅크 |
특히 김 위원장이 구속영장을 받은 만큼 최종 판결에서도 유죄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지분 13.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카카오 지분 10.40%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위원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2대 주주는 한국투자증권(27.17%)이다.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다만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 아래에 있는 증권사가 은행을 직접 지배할 수 없어 지배구조 전면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외 국민연금(5.76%), KB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3.20%) 등이 카카오뱅크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신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과 비금융신용평가업(전문개인신용평가업) 허가를 신청했는데,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 중이다. 신용정보법에도 대주주가 금융관계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6개월마다 심사 재개 여부를 검토한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관련해서는 대주주 카카오의 형사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심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카카오뱅크가 당분간 신사업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549억원을 기록하며 인터넷은행 3사 중 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2분기 2.26%로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꾸준히 회복해 4분기 2.36%까지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동력으로 성장세를 이어가 야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대주주 리스크가 아쉽다는 평가다. 특히,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을 분산해야 한다는 점은 향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주주 리스크에 23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요동쳤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3.79% 하락한 2만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장 초반 11% 급등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는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카카오 계열사가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이내 하락 전환했다. 이날 하루 증발한 카카오 계열사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