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23일 임금교섭 재개
삼성전자 노사는 23일 오전 9시부터 경기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노조 리스크를 해소하고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수 있을까. 창사 이래 첫 파업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보름 만에 임금교섭을 재개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23일 오전 9시부터 경기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서 노조는 △전 조합원 5.6%(기본 3.5%·성과 2.1%) 인상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경제적 보상 △노조 창립일 휴가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5.1%(기본 3%·성과 2.1%) 인상을 고수할 전망이다.
이날 임금교섭은 총파업 보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 사내 최대(조합원 3만4000여명, 전체 직원의 약 27%)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생산 차질'을 목표로 지난 8일 총파업에 나섰다. 올해 초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인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고, 이후 파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전삼노는 임금교섭 재개 전날까지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22일 경기 용인 삼성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총파업 궐기대회를 진행했고, 1200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이라고 적힌 빨간 두건을 쓴 채 파업 호소문 낭독, 구호·행진 등을 벌였다.
전삼노 조합원들이 지난 8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해 '총파업 띠'를 머리에 두르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이날 노사 대화를 통해 극적 타결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은 사측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이와 관련해 앞서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생의 노사 관계가 정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역시 다음 달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파업권이 사라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장기화 계획을 세우기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업 참석자 수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등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적 타결이 이뤄진다면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을 만드는 등 AI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반대로 타결이 불발된다면 역량 결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노사 문제는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2일 준감위는 정기회의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었는데, 여기에서 노사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노사 문제 해법 관련) 원칙론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준감위가 건의할 내용을 충분히 전했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