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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사상 초유의 구속 사태…AI·혁신도 '올스탑' 위기
입력: 2024.07.23 06:00 / 수정: 2024.07.23 06:00

김범수 창업자, 23일 구속…"증거 인멸 및 도망 염려"
'구심점' 김범수 부재에 카카오 혁신·신사업 차질 우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 그룹이 사상 초유의 '총수 공백' 사태를 맞이했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김 창업자는 앞으로 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 등을 받게 된다. 그의 구속과 함께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중심 미래 동력 확보 전략과 그룹 쇄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앞서 지난 22일 오후 1시43분경 법원에 출석해 약 4시간 동안 구속 심사를 받았다. 김 창업자는 출석 당시에는 'SM엔터의 시세 조종을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적이 있는지',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단체 대화방에서 (시세조종 내용을)보고 받았다는 것은 인정하는 지'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는 길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준비된 호송차에 탑승한 뒤,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했다.

수사당국은 지난해부터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였던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주가를 띄우는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수사당국은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의 5%를 넘게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 위반 혐의 역시 중대하게 보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수사법경찰(특사경)에 소환돼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김 창업자와 함께 카카오 그룹 투자심의위원회에 몸을 담고 있는 인사이자, 카카오 그룹의 재무·투자사령탑을 맡았던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돼 수사를 받다 올해 3월에서야 보석으로 석방됐다. 배 대표 등과 공모해 약 1000억원어치 SM엔터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업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회장 지모씨 역시 지난 4월부터 구속 수사를 받다 지난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수사 당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김범수 창업자의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입중하기 위한 충분한 물적·인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강조해 왔다.

김범수 창업자는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CEO)와 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위원장을 소집해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변호인단 역시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가 없다"며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였다"고 입장문을 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되면서 카카오 그룹은 초비상 사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카카오 사법리스크의 대두와 함께 경영에 복귀한 김 창업자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중심의 신성장 동력 마련, 계열사 정리, 경영쇄신 작업 등을 밀도 있게 추진해 온 만큼, 향후 변화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 복귀 이후 △카카오·카카오엔터 등 주요 계열사 대표 교체 △그룹 컨트롤타워 CA협의체 확대 개편 △계열사 줄이기 작업 △외부 통제 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출범 △초그룹 AI 전담 조직 '카나나' 신설 등의 변화를 맞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 그룹은 그동안 '자율경영'의 기조에서 성장한 만큼, 각 회사 간의 유대감이 (타 그룹에 비해) 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을 하는 이들을 '카카오'라는 이름으로 묶는 구심점은 김범수 창업자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창업자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중앙집권적' 경영체제 확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의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거취도 불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재팬 등 주요 계열사는 2016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3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 계열사가 웬만한 상장사 못지않은 덩치를 갖춘 것을 고려하면, 일정 기간 경과 후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 투자 조건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 그룹의 위기 속에 IPO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투자자들과 카카오 측의 분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VX를 비롯한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 상황이다.

더욱이 카카오가 이번 시세조종 관련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행위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될 경우, 은행법에 따라 지분 10% 만을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로 꼽은 AI 역시 김범수 창업자의 공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카카오는 현재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중심으로 AI 모델 개발과 관련 서비스를 동시에 개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IT업계는 AI를 중심으로 엄청난 지각변동의 상황에 놓여있다"라며 "AI 모델 개발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확보처럼 전체 산업 영역에서의 투자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에 (김범수 창업자의) 경영 공백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정신아 대표가 내정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 신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AI 개발조직 통합이 진행됐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AI 서비스의 방향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는 대형 플랫폼의 '골목상권' 진출과 관련한 비판 여론으로 신사업의 수익 모델 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사법과 규제 리스크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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