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11월1일 합병 절차 마무리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편입안도 통과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안을 의결하는 등 사업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했다. /더팩트 DB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최문정 기자] 물러났던 장마가 다시 돌아오면서 일주일 내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매년 이맘때 찾아오던 장마지만, 올해는 유독 빗줄기가 거셌는데요. 짧은 시간 엄청난 양의 비를 퍼붓는 '극한호우'처럼 경제계도 정신없이 바쁘고, 파급력 있는 변화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돌연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하반기 SK그룹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 등 변화의 바람에 맞춰 그룹 체질을 개선하는 구체적 방안인 '리밸런싱(재조정)' 안이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리밸런싱 작업의 첫 타자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산 총액이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조선업계에서는 방산 분야를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자존심 싸움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각 회사를 이끌고 있는 오너3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막역한 사이로도 유명한데요. 차세대 먹거리를 두고 두 리더의 경쟁이 우리 경제에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의 움직임에 주요 증권사들이 긴장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금감원이 이번 주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을 잇달아 방문한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전체 금융사로 확산될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 SK이노·E&S 합병은 '리밸런싱' 첫 단추…219개 계열사 얼마나 줄어드나
-가장 먼저 SK 소식을 들어봅시다. 현재 SK는 경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각 사업을 최적화하는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리밸런싱 작업의 첫 결과물이 나왔다고요?
-지난 17일 이사회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성사됐습니다. 이로써 매출 88조원, 자산 규모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했는데요. SK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에너지·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증대 등 급변하는 외부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한 구체적인 기대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당초 이번 합병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살리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출범 후 줄곧 적자(누적 2조6000억원)를 기록한 SK온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무 부담을 겪었는데요. 알짜 비상장사인 SK E&S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SK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외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도 의결했는데요.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원 규모의 추가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에너지 사업 시너지와 관련한 기대감도 있던데요.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합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석유·액화천연가스(LNG)뿐만 아니라 태양광·수소·풍력·소형모듈원전(SMR)까지 현재와 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사업 영역을 확보했기 때문인데요. SK이노베이션의 박상규 대표이사 사장도 앞으로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박 사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함께 회사 포트폴리오에도 캐즘이 생겼는데, 합병을 통해 중간에 안정적이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에너지와 전기, LNG가 보완됐다. 고객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죠.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조만간 공동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너지 극대화 방안을 고민할 계획입니다.
SK그룹은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현재 219개인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더팩트 DB |
-통합 회사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오는 11월1일 합병법인이 출범할 예정인데, 사내 독립 기업(CIC) 형태를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SK E&S의 기존 경영 방식을 유지하면서 인프라 공유 등 합병의 장점 역시 살리겠다는 계산인데요. 박 사장은 "현재와 같이 E&S의 거버넌스 구조를 유지하고 토탈 에너지 패키지를 어떻게 만들지 집중해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도 "사업 운영 체제, 의사 결정 구조 등을 큰 변화 없이 유지하고, 기존 책임 경영 아래 시너지 포인트를 계속 찾을 생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은 일단락됐나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라는 게 재계의 분석입니다. 박 사장도 "현재 조직이 안정화되는 게 급선무"라며 추가적인 변화를 가져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는데요. 다만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SK그룹의 리밸런싱 목표는 219개인 계열사 숫자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는 것인데요. 지주사 SK㈜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동의 안건과 함께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도 통과시켰습니다. 반도체 사업의 높은 수익성을 토대로 환경 사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의 사업 구조 개편이죠.
-그렇군요. 개인적으로 SK그룹 내 크고 작은 변화가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SK그룹이 앞으로 합리적인 밸류업 방안을 어떻게 도출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난달 경영전략회의 이후 여러 합병안이 현실화된 만큼, 또 다른 연례행사인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 이후 새로운 리밸런싱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고려해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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