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주 중심으로 '트럼프 수혜주' 강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경호원들에 이끌려 연단에서 내려가면서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유세 중 오른쪽 귀 위쪽에 총을 맞는 부상을 입었으나,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성조기를 배경으로 팔을 치켜든 모습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틀러=AP.뉴시스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안갯속 국면이던 미국 대선 향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세론'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동학개미(국내 주식 투자자)들도 수혜주 찾기에 혈안이다. 트럼프 후보가 전 대통령 시절 펼친 정책 기조와 이번 대선에서 새로 내세운 공약 등을 통해 국내 증시도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에서 방산, 기계, 전력설비, 에너지, 금융, 가상화폐 등 업종이 상승한 반면 2차전지주는 감소했다.
이중 방산주가 가장 두드러지는 강세를 보였다. LIG넥스원이 13.35%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4%), 한화시스템(5.63%), 현대로템(7.51%) 등도 15일 나란히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들 종목은 16일 장에서도 장 초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차전지주는 밀려났다. LG에너지솔루션(-3.89%), 에코프로비엠(-0.66%), 엘앤에프(-3.26%), 삼성SDI(-0.66%) 등이 15일 하락 마감했고, 16일 장에서도 장 초반 모두 파란불을 켜고 있다. 전날 1.58% 올랐던 에코프로마저 16일 4%대 약세를 기록하면서 확연한 내림세를 보이는 추세다.
종목별 주가 추이가 엇갈린 배경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국내 증시에도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후보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의미로,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자 미국 현지에서 앞다퉈 보도한 키워드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국방 개혁을 중시하는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트럼프 트레이드가 방산주 중심으로 확산된 모양새다. 기계나 전력설비의 경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추진해온 제조업 관련 정책을 트럼프 후보가 자기 입맛에 맞게 재편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상화폐는 과거 반가상자산파에 속했던 트럼프 후보가 이번 대선 만큼은 젊은 유권자 포용을 위한 카드로 꺼내들면서 주목을 받는 형태인 셈이다.
2차전지주의 약세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트럼프 후보의 공약 기조에 따른다. IRA 폐지가 시행되면 전기차 세금 혜택이 줄어 보조금 등이 축소되기 때문에 전기차 밸류체인 사업에 속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실적도 함께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기차 관련주의 약세 전망과 달리 전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7% 가까이 오른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경우에는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발생한 단기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또한 종목의 주가를 결정하는 배경으로 트럼프 후보와 관계성이 업황 전망보다 영향력이 큰 것처럼 보이는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당선할 경우 수혜를 입거나 손해를 볼 업종들을 판단해 단일 종목 주가가 급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더팩트 DB |
증권가도 트럼프 트레이드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 대선 토론 후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하다가 이번 피격 사건으로 지지층 결집을 이뤄냈고, 이후 미국 대선이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는 현지 평가가 확산되면서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실상 미국 대선은 승부가 판가름 난 상황"이라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예상되는 수혜주 찾기로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주요 정책을 요약하면 중국의 완전한 배제, 약가 인상 반대, IRA 약화 가능성, 전통 에너지 우호적 정책, 대기업 법인세 부담 완화, 방위비 분담 등으로 요약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긍정과 부정적인 종목을 살펴야봐할 때"라며 "에너지, 방산, 금융 섹터가 수혜 종목으로 꼽히고 신재생, 운송, 경기민감주, 중국 관련주 등은 부정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정치나 사회적으로 짙게 깔린 트럼프 대세론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미국 대선이 아직 4개월 여가 남아 있어 여러 변수에 따라 여론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트럼프 피격 사태는 공화당 지지율 상승과 트럼프의 입지 강화 그리고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우세하게 하며, 사회나 경제적으로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둔 해석이 당분간 만연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내 정치 환경과는 달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