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온산항서 50% 이상 처리
계약해지시 생산량 '절반' 감소
가처분 인용은 피해 크기·범위 핵심
영풍이 고려아연과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부와 관련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소송'과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사진은 영풍의 석포제련소 모습.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영풍이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을 거부하는 고려아연에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소송'과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법원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처분 인용의 경우 불공정거래행위의 여부 보다는, 가처분의 필요성이 더 중요하고, 영풍이 입을 피해에 초점이 맞춰지기에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다만,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고려아연이 정말 시설 노후화 등으로 어쩔수 없는 상황인지가 중요하기에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입증이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6월 20일)했으며 그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7월 2일)했다
이번 소송은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서 장기간 지속된 황산취급대행계약의 갱신을 고려아연이 거절한 것과 관련해 영풍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영풍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부산물인 황산을 온산항(울산항)을 통해 수출해왔다. 영풍은 제련소가 내륙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잡고 있어 황산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황산취급대행'을 해왔다. 이 계약은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갱신돼 왔다.
영풍 측의 주장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년 넘게 유지해 온 황산취급대행계약을 지난 4월 돌연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계약 갱신 거절의 사유는 △ESG 이슈 △시설노후화 △고려아연의 황산 물량 증가 등을 내세웠지만, 영풍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시설 노후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계약 갱신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특히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의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자료를 통해 "외부 기관 검사 결과 온산 제련소 내 황산탱크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평가 결과가 나와 조만간 철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온산제련소에서는 지난 2년간 총 5기의 황산 탱크를 철거한 바 있다. 노후화된 탱크의 경우 부식 정도가 심각해 자칫 황산 누출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과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또 아연 생산량 증가와 니켈제련소 확장 등으로 보관·처리해야 할 황산의 양이 점점 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고려아연 또한 사업장 안전을 위해 외부 전문업체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가처분 문제의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법적 다툼을 하기 이전에 고려아연이 영풍의 황산을 취급하지 않으면, 영풍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풍은 지난해 기준 기준 33만1000톤의 아연을 생산했는데, 약 16만톤의 아연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영풍 관계자는 "동해항과 온산항에 황산을 보내 처리하는데, 온산항은 화학물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설비가 갖춰져 있어 전체 황산의 50% 이상을 보내고 있다"면서 "만일 온상항에서 황산을 처리할 수 없게 되면 아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감소하는 피해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법률자문사 관계자는 "영풍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고려아연의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일 수도 있으니 법적으로 다투겠지만, 그 이전에 영풍이 입을 피해가 커서 고려아연의 행위를 막아 놓을 필요성이 있다는 뜻으로 낸 것"이라며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소송은 고려아연이 불공정거래행위를 못하게 판결로 확정해달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법원이 인용 여부를 판단하는 중점이 가처분의 경우 고려아연이 거래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다"면서 "영풍의 피해가 크다는 점과 더불어 급박한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한다면 인용에 대한 참작의 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려아연이 정말 불공정행위를 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영풍이 불리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돠는 '경영권 다툼'의 결과로 고려아연이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일련의 유상증자와 한화∙LG화학과의 자사주 교환 등을 추진하며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이에 영풍이 대응해 오너 일가가 고려아연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경영권분쟁이 시작됐다. 지난 3월에는 영풍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개정에 반대하고, 같은 달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발행한 신주발행에 대해 ‘신주발행무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원료공동구매 중단, 공동 운영하던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등 동업 관계 청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불공정행위거래행위를 입증하려면 고려아연의 탱크 노후화 같은 문제가 없어서 영풍이 대행요청한 업무 계속 진행할 수 있는데, 악의적으로 이걸 거부하는 것은 경영권 분쟁 때문이니 고려아연의 행위는 결국 불공정거래행위다는걸 입증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고려아연의 내부 설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영풍 측이 입증하지 못하면 결국 첫 번째 전제에서부터 막히기 때문에 (입증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