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IPO '투 트랙 전략' 나선 아워홈
노조 측 "노동자 생존권 위협"
아워홈 노조가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 회장 등 신규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구 회장이 노조 측 입장을 적극 청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관련 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 /임영무 기자 |
[더팩트|이중삼 기자]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에 기업공개(IPO)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한 가운데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동조합(아워홈 노조)이 매각에 반대하며 신규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27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노조는 최근 경영권 매각 관련,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신규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회사가 매각되면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노조 측은 "우려한 대로 구미현 회장은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의도로 사내 게시판에 의사를 밝혔다"며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매각을 강력히 반대하고 새로운 경영진의 노동과 경영 철학을 알기 위해 면담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취임 인사말을 전하며 경영권 매각 의사를 밝혔다. 구 회장은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본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의 지분을 유능한 전문기업으로 이양함에 있어 현재 회사 직원들의 고용 승계·지위 보장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아워홈 노조 의견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이 노조 측과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노조 측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조 측은 회사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는 구미현 회장이 사내이사가 되자, 물러나라는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달 22일 장덕우 아워홈 노조 위원장은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식품사업은 경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나 내세운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다"며 "전문경영인을 임명하더라도 오너 체제에서는 의사결정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직원들은 이들이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영권 매각 의사를 밝혔다. 노조 측 입장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과 노조 측 간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구 회장이 노조 입장을 적극 청취하겠다고 한 만큼, 조만간 관련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워홈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경영진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 맞다"며 "현재도 경영진은 임단협 관련 노조 측과 대화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 이번 면담 요청 건에 대한 만남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 매각·IPO 추진…업계 "쉽지 않을 것"
장덕우 아워홈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아워홈의 남매간 분쟁과 관련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첫째 언니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씨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
구 회장은 경영권 매각 의사를 발표한 후 IPO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상장을 목표로 가능하면 연내 IPO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 상장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IPO 추진에 나서는 이유로는 실적을 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아워홈 매출은 1조9834억원, 영업이익은 942억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8%, 76% 증가했다. 외형 성장·수익성 모두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아워홈 관계자는 "지난 2022년부터 해외 진출과 함께 푸드테크 기술 도입을 통한 헬스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매각과 IPO를 모두 염두해두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IPO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매각·IPO 모두 구 회장이 희망하는 몸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의 경우 사업 구조, 오너 리스크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아워홈은 범(汎)LG가 기업으로 단체급식 사업에서 LG그룹 계열사들이 최대 고객사다. 때문에 매각이 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이다. 아워홈은 정관에는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구 회장이 지분을 판다면 다른 남매들이 우선매수권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해 구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구 전 부회장 측은 구 회장을 상대로 주주간 협약 위반에 따른 위약벌 청구 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구 회장이 위약벌을 내게 되면 최대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IPO 추진에도 난관이 있다. 아워홈 기업가치를 두고 경영진과 시장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2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통상 쓰이는 EV·EBITDA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면 몸값은 65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아워홈을 얼마나 매력적인 기업으로 바라보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다만 경영진이 희망하는 몸값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아워홈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과 부회장, 경영총괄사장을 신규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회장은 구미현 사내이사가, 부회장은 구미현 회장의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 경영총괄사장은 이영표 고(故) 구자학 선대회장의 비서실장이 맡았다. 기존 회사를 이끌었던 구지은 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회사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