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IPO 상장 주관 순위 뒷걸음질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이노그리드 상장이 무산된 가운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기업공개(IPO)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이노그리드 상장 무효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앞서 파두 사태로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과 금융감독원의 압수수색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잡음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한국투자증권이 시장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 이노그리드의 상장이 지난 19일 무산됐다. 이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의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 예심 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그간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를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대주주 분쟁 사항을 당초 거래소에 알리지 않고 6차 정정 증권신고서에 뒤늦게 기재했다.
이날은 이노그리드 공모 청약을 5일 앞둔 상황이었다. 상장을 앞둔 기업의 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된 것은 지난 1996년 코스닥 시장 개장 이래 처음이다.
이에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사로써 더 꼼꼼한 실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노그리드 상장을 이끈 송은경 이노그리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투자증권에서 재직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책임론의 불을 지폈다. 한국투자증권의 실사의 객관성이 떨어지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업계의 의혹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파두 사태'로 IPO 부실 공시 논란에 휩싸였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함께 공동 주관사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파두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파두는 증권신고서에 2023년 예상 매출을 1203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매출은 225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의도적으로 '뻥튀기 상장'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사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피해 주주들을 모집한 법무법인 한누리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파두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법원에 집단소송 소장을 제출하면서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아울러 당시 총원의 구성원들이 특정되면 전체 총원의 손해액으로 확장할 것을 내비쳤다. 이후 해당 소송의 관법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결정되는 등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같은 달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압수수색도 받으며 후폭풍을 맞았다.
잇따른 논란으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투자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포털사이트 종목 토론실 등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상장사 주식 빨리 처분해야겠다', '한국투자증권은 더 이상 투자은행(IB) 명가가 아니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업계는 연이은 논란으로 한국투자증권의 IPO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모션 컨트롤 전문기업 삼현 단 한 곳만의 상장을 주관하며 IPO 주관 실적 업계 5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디앤디파마텍, 코칩, 씨어스테크놀로지, 에스오에스랩 등의 상장을 주관했고 하이젠알앤엠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노그리드의 상장 무산과 조 단위 몸값이 예상되는 시프트업의 상장 일정이 하반기로 밀리면서 올해 상반기 IPO 상장 주관 건수로 순위가 뒤로 밀려날 전망이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의 IB그룹 전체를 총괄하던 배영규 전무가 지난해 12월 회사를 떠난 이후 IB그룹장 자리가 6개월 넘게 공석인 점도 부담이다. 주요 핵심 멤버들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IPO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노그리드 건과 파두 사태 관련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