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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반발 일으키는 봉사활동? 동성제약, 또 주말에 직원 강제 동원 논란
입력: 2024.06.20 00:00 / 수정: 2024.06.20 00:00

동성제약 세븐에이트데이, 본사 임직원 84명 동원
"강제성 없고 대체 휴무 제공" vs "휴무 사용 어려워, 사실상 보상 없어"


동성제약이 주말 행사에 임직원을 동원하기로 하자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팩트 DB
동성제약이 주말 행사에 임직원을 동원하기로 하자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동성제약이 또다시 주말 행사에 임직원들을 강제 동원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동성제약은 강제성 없는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임직원들은 불참할 경우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다.

동성제약은 지난달 27일 회사 그룹웨어(내부 전산망)에 '세븐에이트데이' 공지를 올렸다. 세븐에이트는 동성제약의 염모제로 세븐에이트데이는 도봉구 내 기초수급자 독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염색 봉사활동이다.

공지에 따르면 '세븐에이트데이'가 열리는 내달 6일 행사 진행에 동원되는 임직원들은 서울 도봉구청 2층 대강당으로 오전 8시 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 동원되는 인력은 동성제약 임직원 총 84명, 도봉구청 복지정책과 23명이며 직원들은 행사 당일 입장 안내, 염색 시술, 샴푸 등의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참석하는 임직원들에게는 주말 근로 수당 지급 대신 대체 휴무를 제공한다.

동성제약은 임직원들에게 본사 내근직 인원으로 행사를 진행한다며 가능한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는 전날인 5일부터 임직원들이 동원된다.

지난달 27일 동성제약 그룹웨어에 세븐에이트데이 참석 공지가 올라왔다. /독자 제공
지난달 27일 동성제약 그룹웨어에 '세븐에이트데이' 참석 공지가 올라왔다. /독자 제공

익명을 요구한 동성제약 직원 A 씨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회사 명령에 따라 임직원들이 강제로 차출되는 보여주기식의 봉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오너가족들과 친인척들은 사내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임직원들은 마라톤대회·의약학상·정기승진식 등 회사 전 행사에서 강제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에 선한 이미지를 창출하고자 임직원들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관련 글이 올라왔다. 동성제약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세븐에이트데이 또 주말 강제 근무다. (회사는) 마라톤 때 당한 신고와 언론들의 기사, 직원들의 목소리는 그냥 무시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당당하게 주말 강제 근무를 요구하는 것이 어이가 없고 주말 업무를 돈으로 줘도 모자랄 판에 1.5배 휴가로 대체하려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시간으로 줘봤자 사용도 못 하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정말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행사가 주말에 열리는 것도 직원들의 반발을 일으키는 이유로 꼽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면서 봉사활동도 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보통 평일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말에 진행하게 될 경우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가영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휴일근로는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회사의 행사 참여가 업무상 필요한 지시가 아니라, 행사 참여를 강요한 것이 사실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성제약은 지난 5월 열린 '2024 동성제약 도봉 마라톤대회'에서도 임직원들의 행사 참여 여부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말 근무에 배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들은 주말 수당 대신 보상 휴가를 지급받았으며, 지방 공장에서도 인력이 동원돼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전날 올라오거나 새벽부터 움직여야 집결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은 "회사가 의무 참여를 공지했는데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을지 의문이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세븐에이트데이는 매년 같은 날짜에 진행되는 봉사활동으로 좋은 취지와 목적으로 진행되는 회사의 사회책임경영(CSR) 활동이다"이라며 "주말 봉사 행사 참여를 강제적으로 강요한 사실은 없으며, 불가피한 개인 사정이 있는 직원들은 봉사에서 제외하고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봉사 활동 참여를 강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 각자의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회사는 주말 행사 참여에 강제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임직원들은 불참할 때 되돌아 오는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의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자율 참석이라고 말하지만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와 직원들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봉사활동이라도 내부 반발을 일으킨다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게 회사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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