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ℓ당 최대 26원 인상…오는 8월 1일부터 반영
농식품부 "가격 동결·최소 인상 중재 계획"
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양측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낙농가와 유(乳)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윳값이 오르면 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11일 원유기본가격을 조정하는 협상 소위원회를 꾸리고 원유 가격 논의를 시작했다. 한 달 동안 협상 위원회를 운영한다. 다만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기간이 연장된다. 소위원회에서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유기본가격이 오는 8월1일부터 적용된다. 유업계는 이를 토대로 제품 가격을 다시 정한다.
올해 원윳값은 지난해 도입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ℓ(리터)당 최대 26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생산비와 수급 상황을 함께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한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상승분에 지난해 음용유(마시는 우유) 사용량이 전년보다 2% 줄어든 상황, 사료비 증가분 비중 등을 고려해 협상 범위를 0~60%(리터당 0∼26원)로 정했다고 밝혔다. 원윳값은 현재 음용유용 원유 기준으로 리터당 1084원이다. 최대로 인상하게 되면 리터당 최대 1110원이 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는 매년 사료비·생산비 증가를 이유로 원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26원을 올리더라도 생산비 증가분의 6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반면 유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3년 넘게 가격이 인상된 것을 이유로 원윳값 동결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유업계 관계자는 "낙농가·유업계 모두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다만 원유기본가격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오른 상황이고 물가안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동결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이 동결되거나 인상 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농식품부 전경 /더팩트 DB |
◆ 올해 원윳값 오를 시 '우유 3000원 시대' 개막
원윳값 인상은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원윳값 인상→유제품 가격 인상→외식 물가 영향'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일례로 지난해 원윳값이 리터당 최종 88원으로 결정된 뒤 우유 소비자 판매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9%나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3.6%)보다 약 3배 높은 수치다. 지난해 흰 우유 가격이 리터당 3000원에 근접한데 이어 올해 원윳값이 오를 경우 우유 3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분석된다.
원윳값 인상은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 제품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롯데리아는 여름 시즌 메뉴인 팥빙수 가격을 기존 5300원에서 5500원으로 200원(3.8%) 올렸다. 팥·우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엔제리너스와 설빙도 빙수 가격을 6~7%씩 인상했다.
농식품부는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엄중한 물가 상황을 감안해 생산자와 유업계 협력을 통해 원유기본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