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와 그린세일링 계약 체결
전문가 "생존 직결, 중견·중소 선사도 필요"
HMM은 친환경 연료를 구매한 뒤 운송에 사용해 선박 운항 시 직접 감소한 탄소 감축량을 거래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은 탄소 배출량이 감축 목표량보다 많은 기업이 주로 구매하고 있다. /HMM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최근 유럽 업체들과 탄소 감축량을 판매하는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제해사기구(IMO) 탄소저감 목표 실현을 위해 글로벌 해운업계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HMM도 생존에 직결된 만큼 여러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글로벌 가구 기업 스웨덴 이케아와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올해 바이오 연료 사용을 통해 예상되는 온실가스 감축량 스코프 3(Scope3) 권리다. HMM은 올해 바이오 연료 사용으로 약 1만1500톤을 감축할 것으로 본다.
HMM 탈탄소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은 글로벌 탈탄소 추세에 부합하는 행보다. 국제해사기구는 넷제로(탄소중립) 2050년 실현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글로벌 대기업 머스크는 2040년까지, 하파그로이드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해 투자를 벌이고 있다.
HMM은 친환경 연료를 구매한 뒤 운송에 사용해 선박 운항 시 직접 감소한 탄소 감축량을 거래했다. 탄소 배출권은 탄소 배출량이 감축 목표량보다 많은 기업이 주로 구매하고 있다. 배출량 감축 목표량이 적은 기업은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권 시장이 커지면서 가치는 오르는 상황이다. HMM은 지난해 친환경 선박 등을 활용해 확보한 탄소 감축량을 '독일' 물류기업 헬만과 거래했다. 올해 친환경 선박과 연료 등을 통해 발생한 분량은 '스웨덴' 이케아와 거래한다.
업계에서는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은 과거 단순한 화물운송 계약 관계를 넘어 화주와 관계가 끈끈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현 화주뿐만 아니라 여러 화주에게도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 가능성을 열어 시장에 매력적인 해운업체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HMM은 최근 글로벌 가구 기업 스웨덴 이케아와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더팩트 DB |
HMM은 탄소 저감 목표 시기인 2050년이 다가올수록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 배출권 자체가 조세 저항이 적고 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탄소 배출권 가격은 톤당 100유로를 돌파하기도 했다.
HMM은 그린세일링 서비스 계약 확대를 준비해 왔다. HMM은 지난 1월 운송 전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공급망 탄소계산기'를 개발했다. 화주는 공급망 탄소계산기를 통해 예상 탄소 배출량을 선하증권(B/L)에 표기할 수 있다.
HMM은 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방출된 탄소를 의미하는 스코프1·2(Scope 1·2)부터 신경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 친환경 선박 구매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올해 말 7700TEU급 LNG 추진선 2척을 인수하고, 내년에는 9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등을 인수할 계획이다.
HMM은 지난 4월 처음 공개한 '2030년 중장기전략'에서도 넷제로 2050을 2045년으로 앞당기는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과 친환경 선박 신조 발주 확대,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를 통해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탈탄소 전략은 '생존'과 직결됐기에 HMM이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대형 선사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 선사의 친환경 전략 수립 및 실현을 위해 유관 기관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대형 선사는 잘하고 있으나 중소 선사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운영하는 '친환경 선박 원스톱 지원체계'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