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가입으로 탄소중립 실현 자발적 약속
국내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자 ESG 경영을 선두에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들은 글로벌 'RE100'에 가입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2004년 거론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기업들은 제도 정비와 투자로 ESG 정면 돌파에 나섰다.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만큼 ESG의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왔다는 평가다. 이 태풍 속 ESG 주도권을 쥐고 선도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울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더팩트>가 ESG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자 ESG 경영을 선두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일부 금융사들은 글로벌 'RE100'에 가입하며 탄소중립 실현에 나섰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전환 캠페인이다. 사용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변경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오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 △풍력 등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다국적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을 뜻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100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며,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 금융권, 기후변화 대응 위해…자발적 RE100 참여로 '탄소중립' 선언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최초로 'R100'에 가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RE100'에 가입, 2025년까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RE100이 제시한 2050년보다 25년 앞선다.
미래에셋증권은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와 재생에너지 사업장 투자 등을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도 지난 2021년 금융그룹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KB금융은 오는 204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그룹 사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재생에너지 투자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KB금융의 기후변화 대응은 RE100 가입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2020년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으며, 이듬해 그룹 탄소중립 중장기 추진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세웠다. 'KB Net Zero S.T.A.R.'는 친환경 기업을 육성 및 지원(Support)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Transform)을 가속화하고 파리기후협약의 적극적 이행(Align)을 통해 환경을 복원(Restore)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RE100에 가입하지 않는 금융사들도 탄소중립을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전 그룹사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했다. 신한금융의 ESG 환경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금융배출량 33.7%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자체적으로 '디지털 RE100'을 선언하기도 했다. 디지털, 모바일 금융 확대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그룹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탄소 배출량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REC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등 총 6개 그룹사가 REC 구매계약을 완료했다.
이외에도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 개발, '에너지에 진심인 신한금융그룹' 추진 선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
이들 외에도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도 지난해 'RE100'에 가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제조업처럼 RE100을 이행 안 하면 수출이 제한되는 등 제약은 없지만 데이터센터나 전산센터 등 향후 데이터 활용 증가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RE100 미참여사도 탄소중립 실천…한국형 'K-RE100' 참여사도 눈길
일부 금융사들은 글로벌 RE100에 가입하지는 않았으나 탄소중립을 위해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감축목표에 대한 국제적 표준인 SBTi 승인도 획득했다. NH농협금융도 탄소중립 시기를 2050년으로 선언했다.
한국형 'RE100'인 K-RE100 가입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곳도 있다. K-RE100은 기존 글로벌 캠페인과 달리 전력 사용량이나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다. K-RE100의 이행 방법은 △녹색 프리미엄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제 3자 전력구매계약(PPA)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NH농협은행은 'K-RE100'에 동참하기 위해 이행 방안 중 하나인 '녹색 프리미엄'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농협은행 측은 매년 전력사용량의 5%씩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2040년 RE100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후환경 변화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ESG 경영 활동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ESG 전담 부서 신설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금융사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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