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경영전략회의' 오는 28~29일 개최 예정
'리밸런싱' 성공 위한 'SKMS' 회복 중점 논의 예상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당시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올해 '경영전략회의'는 오는 28~29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SK그룹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한자리에 모여 그룹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경영전략회의'의 일정이 정해졌다. 이번 회의는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그룹 차원의 회의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제시된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의 큰 그림이 이런 회의를 통해 나올 예정이라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12일 SK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8~29일 경기 이천시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대부분이 참석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매년 6월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계열사들의 상반기 성과와 하반기 전략을 점검해 왔다. 올해부터 회의의 명칭을 '경영전략회의'로 바꿔 밀도 높은 전략 논의에 나선다.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 3대 회의로 불리며, 최 회장이 직접 기업 가치 제고 방안과 관련한 화두를 제시하는 중요한 자리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사업군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포트폴리오, 탄탄한 기술·사업 역량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음에도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전열 재정비를 시도하는 것이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초부터 다양한 TF를 발족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및 최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리밸런싱' 방향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주력해야 할 사업의 조직 구성, 반대로 슬림화될 조직의 개편 구도 등이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 배터리 사업에 힘을 더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중이다.
SK그룹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정립한 'SKMS' 회복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폐암 수술을 받은 최 선대회장(가운데)이 IMF 구제 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현 한경협)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SK그룹 |
최 회장은 '리밸런싱'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SKMS'를 화두로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리밸런싱'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강한 기업 문화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1979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정립한 'SKMS'는 SK만의 그룹 경영 철학이자 실천 방법론으로, 최 회장은 경영 환경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SKMS'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는 "SK의 생명력은 'SKMS'에서 나온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한 점검이 추가로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최 회장의 사생활 영역으로 볼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이 책정되면서 SK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입증되지 않은 쪽지 메모 등을 인정하며 SK그룹의 성장이 경영진과 임직원의 땀이 아닌 오롯이 정경유착을 통해 이뤄졌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SK그룹 경영진은 지난 3일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항소심 판결이 SK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부분에 대한 그룹 차원의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 이후에도 'SKMS'를 언급한 바 있다. 경영 위기 속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내부 결속을 확고히 할 방도로 'SKMS 회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임직원에게 "그룹 DNA인 'SKMS'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사랑받고,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한편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는 '리밸런싱' 방향성, '리밸런싱' 성공을 위한 'SKMS'의 실천·확산 외에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 현황, 투자 전략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공감을 이끌어내 성장을 가속화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전략도 점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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