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기업노조 DX지부장, 전삼노 '인원 부풀리기'·민노총 결탁 의혹 등 폭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최문정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 선언을 한 가운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측에서 전삼노가 인원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노-노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DX지부장 A씨는 전날 밤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DX지부에서 전삼노의 비위 행위를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DX노조,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5개 계열사 노조의 연대체이다.
A씨는 해당 글을 통해 전삼노의 △조합원 숫자 부풀리기를 통한 근로시간 면제자 조작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의 전삼노 조합원 활동 △전삼노 집행부의 다중 계정 사용 등의 의혹을 제시했다. 의혹을 뒷받침할 녹취록 등도 함께 공개했다.
A씨는 전삼노가 2020년 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조합원 숫자를 부풀리고, 근로면제시가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비노조원인 일반 직원의 사내 계정 정보를 도용해 허위로 조합원을 등록하는 행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노조 숫자에 비례해 근로시간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업무를 하지 않고, 조합활동에 전념하면서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인원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2년 단체협약에서 전삼노 회원이 4000명 이상이라는 주장에 근거해 1만500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면제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전삼노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8명이 업무시간 전체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을 면제받고 있다.
A씨는 전삼노 집행부가 복수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노조 게시판 여론을 좌우하고, 선거와 설문조사 결과 조작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전삼노가 공식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을 떠나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결탁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2022년 당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략조직국장이 전삼노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었다는 증빙 자료를 함께 올렸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8일과 9일 양일에 걸쳐 전삼노의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삼노 집회에도 조합원 약 100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29일 전삼노 파업선언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전략조직국장 등이 참석해 파업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A씨는 폭로 배경에 대해 "이번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노사협의회 부정선거 피해자를 응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최근 전삼노 집행부는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진행 중인 노사협의회 선거에 대거 출마했는데 이 과정에서 후보 사퇴 종용 의혹이 불거졌다.
전삼노는 임금협상을 위한 사측과의 본교섭 파행 하루 만인 지난달 29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했으며, 조합원들에게 오는 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서초사옥 앞에서 버스 숙박 농성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안팎의 비판을 마주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전삼노의) 행보와 민주노총 회의록을 보면 (파업은) 직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이미 6월 7일 연차 사용 계획을 제출했으나 노조 연가 투쟁 때문에 휴가 취소를 고민하는 글도 여러 건 올라온 상황이다.
한편, 전삼노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3일 기준 2만8387명이다. 실제로 연가 투쟁에 참여할 조합원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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