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도권 저축은행 BIS 비율 규제 완화 검토
규제 완화에 따른 대형 저축은행 등장 가능성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고금리 여파로 저축은행의 업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추가 규제 완화 검토에 들어갔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고금리 여파로 저축은행의 업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추가 규제 완화 검토에 나섰다.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M&A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수도권 저축은행 M&A와 관련해 매각 대상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가진 대주주가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영업구역이 3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인수가 불가능하다. 다만 인수 대상이 되는 수도권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9~10% 이하로 부실우려 수준에 해당하다면 예외로 M&A가 가능한데, 이같은 기준을 완화해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와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개로 나뉜다.
BIS 비율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지역 저축은행 M&A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BIS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 이하에 근접한 수도권 저축은행인 페퍼저축은행(11%), 제이티저축은행(11.4%), 오에스비저축은행(11.6%) 등이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최근 저축은행 업권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총 15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연체율은 8.80%로 지난해 말(6.55%) 대비 2.25%포인트 상승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0.32%를 기록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M&A 문턱을 이미 한차례 낮췄으나 부동산 PF와 고금리 여파로 저축은행의 업황이 어려워진 탓에 업권에선 단 한건의 M&A도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엉엽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금지 규제를 완화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까지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BIS 비율이 7%(총자산 1조원 이상은 8%)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대상일 때만 동일 대주주의 추가 소유·지배를 허용했다.
이에 저축은행에선 그동안 규제 완화의 혜택이 비수도권 저축은행 M&A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M&A 규제 완화로 일부 금융지주의 인수 또는 대형 저축은행의 중소형 저축은행 M&A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M&A 문턱을 이미 한차례 낮췄으나 저축은행업권에선 단 한건의 M&A도 성사되지 않았다. /더팩트 DB |
저축은행 업계는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규제 부문에서 자산 규모에 따른 차등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비수도권 인수합병 규제 완화됐을 때부터 수도권 인수합병 규제까지 풀어줘야 시장에서 규제 완화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사실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저축은행업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매력있는 매물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저축은행 79개사가 규모와 상관 없이 모두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보니 규제 부문에서 자산 규모에 따른 차등화라던지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M&A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새로운 대형 저축은행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건전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실현 가능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솔로몬저축은행이 2002년 골드저축은행, 2005년 한마음저축은행, 2006년 나라저축은행, 2007년 한진저축은행 등 부산·경기·호남 지역 저축은행을 잇달아 인수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으나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맞으며 2013년 결국 파산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2분기부터 충당금 적립 등 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저축은행 간 M&A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습니다만 사모펀드, 외국계금융사, 금융지주에서는 이번 기회로 저축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며 "저축은행 M&A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새로운 대형 저축은행의 등장 가능성도 있으나, 건전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실현 가능할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저축은행의 수익 구조가 단순하고,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M&A에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모 면에서 저축은행들의 양극화는 심화한 상태인 데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대형사로 흡수되면 과거와 달리 안정화된 대형 저축은행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저축은행을 운영 중인 기업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부분에서 수월할 수 있지만 인수가 협상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거래 활성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