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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토크<하>] '전문경영인' 바란다는 아워홈 장녀 구미현…노조 입장은?
입력: 2024.05.26 00:03 / 수정: 2024.05.26 00:03

고려아연 손 들어 준 법원…6월 중 임시 주총 열고 경영진 교체 전망

장덕우 아워홈 노조위원장(왼쪽)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워홈의 남매간 분쟁과 관련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첫째 언니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씨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무 기자
장덕우 아워홈 노조위원장(왼쪽)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워홈의 남매간 분쟁과 관련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첫째 언니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씨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무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최의종 기자]

◆ 아워홈 노조에 '전문경영인' 바란다는 내용증명 보낸 구미현 씨

-아워홈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창업주 장녀 구미현 씨가 아워홈 노동조합(아워홈 노조) 측에 내용증명서를 전달했다고요.

-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미현 씨 집 앞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만난 장덕우 한국노총 전국 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 구미현 씨가 노조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구미현 씨가 노조 측에 전한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장 노조위원장에 따르면 구미현 씨가 노조 측에 보낸 내용증명서에는 오너 일가는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웠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는 회사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 측 입장은 어떤가요.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경영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친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미현 씨가 경영권을 거머쥐게 될 경우, 회사 경영 환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구미현 씨는 지금까지 회사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고, 구 전 부회장 체제에서는 아픈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구 전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은 처우가 나빠지는 등 회사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노조 측은 지난달 17일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임명된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지은 부회장 체제로 계속 가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 노조위원장은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 성과를 꼽았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지난 2021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뒤 꾸준한 경영 성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 2020년 구 전 부회장 체제에서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수백억 원대 고배당 정책으로 논란을 빚기도 한 이력이 있습니다.

-노조 측이 구미현 씨 집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향후 계획도 나왔나요.

-우선 이번 주까지는 트럭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다음 주에는 시위를 멈출지 지속할지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달 3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도 행동에 나설지는 미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가 손을 잡아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부결시켰는데요. 현재 구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구미현 씨 마음을 되돌리겠다는 것인데요.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다음 달 3일까지로 자사주 매입은 구 부회장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보입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이번 임시주주총회가 끝나면 길고 길었던 남매 간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다음 주 나오는 결과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20일 고려아연이 신청한 서린상사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하고,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영풍 요청은 기각했다. /고려아연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20일 고려아연이 신청한 서린상사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하고,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영풍 요청은 기각했다. /고려아연

◆ 영풍, 서린상사 경영권 상실 위기…고려아연과 갈등 새 국면

-고려아연과 영풍 갈등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주 서린상사 주주총회 소집 관련 법원이 결정이 나오면서 변곡점을 맞이했죠?

-그렇습니다. 영풍그룹 비철금속을 유통하는 서린상사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고려아연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지난 20일 고려아연이 신청한 서린상사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하고,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영풍 요청은 기각했습니다. 지난 3월 서린상사 주주총회 개최가 무산된 뒤 고려아연이 같은 달 22일 신청서를 낸 지 약 2개월 만입니다. 법원은 지난달 한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하고 신청인 고려아연 측과 사건본인 서린상사 측 서면을 받아 검토를 벌인 뒤 허가를 결정했습니다.

-심문기일 이후 결정이 1~2주 사이 나올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네, 법원이 심문기일 이후 1개월 가까이 양측 서면을 받아 검토했습니다. 재판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 결정 이후 지난 22일 영풍 주가는 종가 기준 39만7000원으로 집계돼, 전 거래일 대비 3.41%가 하락하면서 40만원 선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당초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서린상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열었어야 했습니다. 상법상 12월 결산법인은 결산일 기준 3개월 내 총회를 종료해야 하는 규정 때문입니다. 상법에는 주주총회 소집 절차를 밟지 않으면 주주가 법원에 허가 신청을 내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인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법원 결정, 어떤 의미로 볼 수 있을까요?

-영풍 알짜 계열사로 불리는 서린상사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영풍 측보다 많이 확보했지만, 경영권은 영풍 측에 있었습니다. 서린상사 태생 자체가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수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든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서린상사는 고려아연 최 씨 가문과 영풍 장 씨 가문 동업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영풍과의 동업 관계를 끝내려고 하는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서린상사 이사회,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측 인사 4명을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하고자 했습니다. 영풍과의 결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린상사도 보유한 지분대로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었죠.

영풍은 주총 개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를 막으려 했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서린상사는 6월 초에서 중순께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측 사내이사 4명을 추가로 선임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8대 영풍 3 구도가 되고, 영풍 측에서 임명한 서린상사 대표도 고려아연에서 지명한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70년 동업 관계의 상징 같은 회사인 서린상사가 고려아연에 넘어가게 되면서, 두 그룹의 동업 관계는 완전히 깨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영풍이 이대로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겠죠?

-그렇습니다. 영풍의 반격 기회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영풍 측이 신청한 고려아연과 현대자동차 해외법인 HMG글로벌 사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 무효 사건 첫 변론기일이 다음 달 열릴 예정입니다. 신주발행 무효 사건 성격상 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고려아연이 마지막 남은 공동 사업 황산 취급 계약을 다음 달 만료 이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영풍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그룹이 얽힌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린상사 임시 주총을 기점으로 영풍이 어떻게 반격해 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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