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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돼도 2030년 입주는 '빠듯'
입력: 2024.05.23 11:52 / 수정: 2024.05.23 11:52

선도지구 2.6만+α 호 결정
사업성·이해관계 등 변수 산적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기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선도지구' 지정을 통해 5년 안에 약 4만가구의 신축 단지 입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속도전을 펼치더라도 빠듯한 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건설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의 분담금도 높아진 도시정비업계 상황도 걸림돌로 꼽힌다.

2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각 지자체가 발표한 '1기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월 중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하고, 2027년 착공에 들어설 계획이다. 입주 목표는 2030년이다.

선도지구는 연내 선정 직후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을 거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전날 개최된 간담회에서 "낡고 불편하고 위험한 집을 계속 안고 살 필요가 없다"며 "가능하면 새집으로 고쳐서 주민들도 편하게 살게 하고 지역 환경도 개선하면서 일자리도 생기고 우리 경제의 기반도 튼튼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도지구 규모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4000가구 등 총 2만6000가구다. 여기에 각 지역별로 1~2개 구역을 기준 물량의 50% 이내로 추가 선정할 수 있어 최대 3만9000가구까지 선정될 수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1기 신도시 내 약 4만가구가 약 5년 안에 신축되는 것이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최소 10년가량 소요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새집이 지지게 된다. 또 기존 입주민 이주와 철거작업 기간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3년 내 준공은 빠듯한 기간이다.

국토부 역시 '착공' 단계가 이주와 철거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어서 실제 입주는 더 늦어질 가능성을 전제했다. 비교적 순탄하게 사업이 진행됐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2018년 입주민 이주가 시작됐고, 2019년 철거작업을 거쳐 2020년 4월 착공, 2023년 8월 준공 승인이 떨어졌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친 뒤에도 약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 것이다. 지난해 5월 입주한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은 2019년 철거 후 2020년 7월 착공해 약 3년간 새 아파트를 올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정비 물량의 10~15%를 올해 안에 선도지구로 선정하고,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비가 추진되는데, 현실적으로는 빠듯한 기한"이라며 "이주 대책 등의 문제로 정비 사업을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에서는 만만치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지구를 추가 지정하더라도 1기 신도시 전체가 재정비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의 분석도 비슷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제로 2030년에 입주할 단지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공을 서두른다면 기존 아파트 단지를 철거한 뒤 이미 조성된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3년 안으로 줄일 순 있겠지만 파업, 원자재수급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장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적용할 선도지구 선정 계획을 밝혔지만, 다양한 걸림돌이 제기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적용할 선도지구 선정 계획을 밝혔지만, 다양한 걸림돌이 제기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조합의 분담금 부담 문제도 걸림돌로 제시된다. 최근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을 겪는 정비 사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높은 분담금이 예상될 경우 조합원 사정에 따라 사업 추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안양 평촌의 한 아파트 거주자 A 씨는 "현재 예상되는 분담금도 수억원대로 높은데 앞으로 공사비가 더 오를 경우 분담금이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그렇다고 분양가를 무작정 높여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사업성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구 서현동에 거주하는 B 씨는 "소득이 낮은 은퇴자나 육아를 병행하는 세대에 5~6억원에 육박할 부담금은 과하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개인적으론 아파트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 부족 등의 불편함 정도인데 굳이 재건축 사업을 해야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1기 신도시에 대한 매수세가 하락하면서 집값이 내리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성남시 분당구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집값이 내리고 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재건축 사업의 인허가는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즉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 사업 추진의 관건"이라며 "그 때문에 사업 추진 속도도 부촌을 중심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도 "선도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재건축 과정에서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사업성이 낮다면 재건축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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