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에 숨구멍 있다…새는 것 막으려면 세워서 보관해야
술병 내부 발효 현상으로 생기는 탄산가스 배출 용도
17일 서울 서초구 SSG푸드마켓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주류 코너에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막걸리' 등 막걸리 제품들이 진열된 가운데 서울장수 '장수 생막걸리' 제품에 세워서 보관하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우지수 기자 |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퇴근 후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일이 취미다. 최근에는 막걸리를 즐겨 마시고 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사 온 막걸리를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눕혀서 보관했다가 냉장고를 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눕힌 병에서 막걸리가 새어 나와 바닥이 흥건했기 때문이다. A씨가 사 온 막걸리 병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A씨가 구매한 막걸리는 불량품이 아니었다. 시중 생막걸리 용기 뚜껑 내부에는 공기가 통하게 만든 작은 숨구멍이 나 있다. 이 때문에 생막걸리를 눕혀 보관하면 십중팔구 내용물이 새 낭패를 겪게 된다. 막걸리 용기를 자세히 보면 '세워서 보관하라'는 문구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막걸리 뚜껑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을까.
'느린마을 막걸리'를 생산하는 배상면주가에 따르면 생막걸리에 살아 숨쉬는 효모가 계속해서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발효란 효모가 막걸리에 있는 탄수화물인 당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가스(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발효는 막걸리 제품이 출고된 이후에도 병 내부에서 꾸준히 일어난다. 효모가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외부로 빼내지 않으면 폭발이 일어나 유통 과정에서 파손되고 소비자가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막걸리 병뚜껑에 작은 숨구멍을 뚫게 된 것이다. 막걸리를 구매했을 때 병 표면에 술이 흘러 끈적한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는 포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막걸리가 일부 새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배상면주가 측은 설명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SSG푸드마켓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주류 코너를 방문한 한 소비자가 막걸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우지수 기자 |
반면 눕혀서 보관하더라도 새지 않는 막걸리도 있다. 생막걸리 제품이 아닌 살균 막걸리 제품이다. 주류 회사가 막걸리를 만든 뒤 열을 가해 효모 활동을 정지시키면 더 이상 막걸리에서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 살균 막걸리는 일반 밀폐 용기에 담아도 이산화탄소가 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보관할 수 있다. 살균 막걸리는 제품 라벨에 '살균 탁주'라고 표기돼 있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생막걸리는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고, 막걸리 본연의 맛과 탄산을 즐길 수 있다"며 "살균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길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발효는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가진 생막걸리를 구매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제조일자 기준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산, 당도, 알코올 도수 등이 변하기 때문이다. 효모가 당을 먹을수록 막걸리 당도는 떨어지고, 알코올 도수와 탄산 세기는 강해진다.
달콤하고 탄산이 적은 막걸리를 원한다면 당일 제조된 막걸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같은 제품이라도 제조일자로부터 일주일 이상 지난 제품은 도수가 높고 탄산이 더 강한 막걸리다. 이 관계자는 "기간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맛의 막걸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조일자 기준 5일 단위로 분류해 판매하는 '느린마을막걸리 사계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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