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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빚투'에…증권업계, 예탁금으로 다시 '이자 장사'?
입력: 2024.05.16 00:00 / 수정: 2024.05.16 00:00

신한투자·SK·KB 등 예탁금 이용료율 인하

증권사들이 다시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하면서 이자 장사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팩트 DB
증권사들이 다시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하면서 '이자 장사'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이자 장사' 비판을 받고 올해 초 1~2%대까지 예탁금 이용료율을 높였던 증권사들이 불과 1분기 만에 다시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하고 있다. 증가 추세의 '빚투(빚을 내 투자)'와 투자자 예탁금 규모에 증권사들이 이익을 보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예탁금 이용료는 증권사가 투자자가 증권계좌에 넣어둔 현금인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낸 뒤,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를 반영해 산정된다.

◆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 대부분 1%대 그쳐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6월 3일부터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평균 잔고(평잔) 50만원 미만일 경우 기존 0.85%에서 0.10%로, 50만원 이상일 경우 1.05%에서 1.00%로 인하한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12월 5일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평잔 50만원 미만일 경우 0.35%에서 0.85%, 50만원 이상일 경우 0.55%에서 1.05%로 높였으나, 1년 7개월여 만에 다시 이용료율 하향 조정에 나섰다.

SK증권도 기존 1.02%에서 0.98%로 이용료율을 내렸다. SK증권은 올해 1월 15일 예탁금 이용료율을 0.4%에서 1.02%로 인상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이용료률을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은 지난 4월부터 원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1.06%에서 1.02%로 0.04%포인트 인하했다. 단, 평잔 100만원 미만의 경우는 0.05%의 이용료율을 유지한다. 외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울도 0.73%에서 0.67%로 0.06%포인트 내렸다.

KB증권은 2022년 9월 30일 원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0.46%에 1.03%로 0.57포인트 높였고, 외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0.73%로 새롭게 적용했다. 하지만 약 1년 6개월여 만에 다시 이용료율을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 중 이용료율이 2%대인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카카오페이,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4곳에 불과하다. 증권사 대부분은 1%대 그쳤으며 NH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은 여전히 0%대에 머물러 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리테일 및 고정비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당사 예탁금 이용료율은 추후 재산정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평잔 1000만원 미만일 경우 0.6%, 이상일 경우 1.0%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2배 인상했다"며 "당사의 경우 예탁금 이용료율을 수취하는 고객보다 2~3% 수준의 CMA(자산관리계좌)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이 월등하게 많다"고 설명했다.

◆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투자자 예탁금 증가세

지난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높아지는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게 책정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그 결과 올 1월부터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 공시가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분기 1회 이상 재산정해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모범규준 산정 이후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났다.

예탁금 이용료율 재하향은 투자자 예탁금이 늘어나는 추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3월 7일 지난해 10월 6일 이후 5개월만에 10조를 넘어선 10조313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3월 21일 10조5157억원의 최고점을 기록하고 4월 17일 10조4643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현재까지 소폭 상승 감소세를 반복하면서도 3월 초부터 10조원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투자자예탁금도 3월 22일 52조69억원에서 같은달 25일 55조2614억원으로 3조2545억원 크게 늘면서 이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계좌에 남겨둔 돈으로 증시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늘어난 '빚투'와 투자자예탁금에 증권사들이 하나둘씩 예탁금 이용료율을 낮추고 있어 일각에선 다시 '이자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발표하면서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증권사들이 이용료율을 다시 인하한 것은 이익 챙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물론 이용료율 산정은 증권사 재량이긴 하나 투자자들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선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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