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방위산업에 '진심'
10년만에 HD현대重 고발…"KDDX 공정성 위해 '수사' 필요"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상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오션 서울사무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지난 1년, '함정 명가의 재건'을 '신조'로 일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 빌딩 한화오션 사무실에서 만난 김호중(54) 특수선영업담당 상무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23일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겨 '한화오션'으로 새출발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해군 대위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에서 근무했던 김 상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 특수선전략담당임원으로 일하다 지난달 한화오션으로 둥지를 옮겼다. 삼성탈레스 근무 시절에는 한국형 구축함 KDX-Ⅱ 등의 전투체계 개발에 참여했다.
김 상무는 "2000년대만 해도 장비를 외국에서 들여와 오히려 외국 좋은 일을 시켰습니다. 우리나라도 핵심 장비를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으로 편입돼 한화오션으로 출범하며 그런 국산화, 내재화 시너지 효과가 났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근무 경험은 없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김 상무가 기억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자신감'이 충만한 조직이었다. '함정 명가'라는 별칭에 걸맞게 국내외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인수 전 수년간 정체기를 겪으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이다. 김 상무는 한화오션 출범을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함정 명가의 재건'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상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오션 서울사무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김 상무는 "지난해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5·6번 함 건조 계약을 체결할 당시 거제 옥포조선소로 출장을 갔는데, 지역 주민이 현수막을 걸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함정 명가의 재건'이 업체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한화오션 구성원이 '함정 명가의 재건'이라는 '신조'에서 눈높이를 높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힘든 역경의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겠지만 이제 수준이 올라간 만큼 눈높이를 높였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00년 이후 첨단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 KDX-Ⅰ,Ⅱ,Ⅲ 사업 전 라인업을 건조한 유일한 업체다. 잠수함 사업 장보고-Ⅰ,Ⅱ,Ⅲ 사업을 모두 수행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방위산업에 '진심'이었다고 강조했다.
방산에 진심인 한화오션은 특수선 분야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의 갈등이 최근 격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념설계 자료를 빼돌려 유출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과 관련해 양사가 서로 고소·고발장을 낸 상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 직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 '후속 조치'로 입찰 참가 자격 여부를 따지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행정지도' 처분했다. 임원급 개입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화오션은 수사 기록상 임원급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 1도크에서 대형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한화오션 |
한화오션은 지난 3월 기자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직원이 2014년 KDDX 개념설계 사업 자료를 빼돌린 과정에 임원급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KDDX 개념설계 사업은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다. 한화오션은 해당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수사 기록에 등장하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사건 당시 '수석부장'이라는 직원 최상위직급이 존재했으나, 수석부장은 임원이 아니라며 한화오션이 마치 임원급이 사건에 개입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최근 한화오션 임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상무는 "일부에서는 한화오션이 10년 전 일을 아직도 문제 삼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당시는 '냉가슴'이었다. 현대중공업 인수설까지 나왔던 상황에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었겠냐"라며 "KDDX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KDDX 기본설계 사업은 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이른 시일 내에 심의를 벌여 입찰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본설계 업체가 수행할지, 경쟁 입찰할지 결정한다.
김 상무는 "KDDX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익에 어떤 방식이 좋을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선의의 경쟁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화오션은 핵심 기술을 확보하며 능력을 갖춘 상태"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