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은 대체로 양호한 성적표를 들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지난해 고전했던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서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증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탁매매가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주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망감이 커짐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 상향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저하되는 분위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04.5% 증가한 27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 오른 3조1539억원, 당기순이익은 163.5% 상승한 2255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시장거래대금 증가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수료 부문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1192억원을 기록했다"며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와 목표전환형 Wrap 등의 매출 증대로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수익도 297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업금융(IB)부문은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등에서 다수의 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여전채 대표주관 1위, 유상증자 주관 1위, IPO주관 2위를 달성하는 등 리그 테이블에서 업계 최상위권(Top-Tier)을 유지했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5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1% 감소했다. 매출액은 3조46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8%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9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9%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784.46%나 뛰었다.

부문별로 보면 수탁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1291억 원에 이르렀다. IB수수료 수익도 805억 원으로 33.5% 증가했다. 금융상품수수료 수익도 17.7% 늘어난 146억 원을 기록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 기대감에 따른 개인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되고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 업계 최저 수준의 성적표를 들었던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8774억원, 영업이익 1090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2.7% 늘었다. 전 분기와 견주면 매출액은 33%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89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으며 전 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IB 부문은 전통 IB 중심으로 수익을 회복했으며 자산관리(WM) 부문은 고객 수 확대와 시장 호조로 수익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전 사업 부문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STO 비즈니스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다소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7% 줄어든 75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3.3% 감소한 3167억원, 영업이익은 41.3% 급감한 859억원으로 확인됐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주식시장 활성화로 증권거래수수료가 늘었지만 자기매매손익이 감소해 전체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수수료수익은 19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5% 증가한 반면 자기매매는 74.2% 급감한 1159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 분기와 견주면 신한투자증권도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분기(-964억원, -1225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 또한 전분기(1673억원) 대비 89.3%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6433억원, 영업이익 3377억원, 당기순이익은 24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각각 14.1%, 13.2%, 16.3%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증권사들의 올해 첫 분기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문제는 오는 2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한 단기 자금이 급증하면서 투자자 관망 심리가 짙어진 영향이다. 이달 초 공개된 금융당국과 유관 기관의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해 시장은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법인세 경감과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는 추가 지원 방안으로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번에도 시장이 기대하는 세제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시장의 기대와 밸류업 진행 과정 간에 괴리가 크다"고 꼬집었다.

강진혁 신한증권 연구원은 "1차 세미나에서 다소 추상적인 안건이 많았던 만큼 2차 세미나에서 구체적 내용을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라며 "경제부총리·금감원장의 밸류업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실망감을 뒤집진 못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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