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 중요도 증가, 사업 확대 박차
분주한 총수 행보…엔비디아·메타 등 잇달아 접촉
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우지수 기자] 거리에 녹색이 만연한 5월의 첫째 주, 경제계에는 다양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업계의 신경전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 분야의 국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HBM 시장을 선점했다고 평가 받는 SK하이닉스와 따라잡는 후발주자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다음은 금융권 소식입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기 때문인데요. 한은의 금리 인하가 이르면 11월부터 내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끝으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소식을 소개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게 되면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입찰이 진행됐는데, 여기에 LCC 1위 제주항공은 참여하지 않기로 해 화제입니다. 제주항공이 산업 흐름 관망 태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장거리 노선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업계 2위 티웨이항공이 업계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볼만 합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차세대 HBM 주도권 놓고 신경전
-먼저 반도체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HBM 시장 주도권을 놓고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고요?
-맞습니다. HBM은 D램을 수칙으로 쌓아 올려 용량과 대역폭을 늘린 제품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고안된 대표 AI 메모리인데요. AI 반도체 시장이 팽창하면서 D램 매출에서 HBM 비중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회사는 HBM 패권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요. 일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HBM 시장 내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이어 내년에 생산할 HBM도 솔드아웃(완판)됐다"고 말했죠.
-SK하이닉스의 누적 HBM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130억~170억달러(17조7000억~23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요. SK하이닉스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AI 메모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지난해 약 5%에서 오는 2028년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회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HBM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곽 사장은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이달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제공하고, 3분기 양산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것보다 다소 앞당겨진 것이죠.
사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먼저 나서서 HBM 시장 지배력을 뽐낸 것은 삼성전자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는데요. 기자간담회를 통해 HBM 로드맵을 밝힌 것도 삼성전자가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올해 2분기에 양산한다고 공식화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읽힙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2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BM 현황 및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
-삼성전자의 상황은 어떤가요?
-HBM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는 남다른데요.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고 "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며 전의를 다졌습니다. 'AI 초기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HBM을 뜻합니다. '승리하지 못했다'라는 대목은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업계 선두에 올라선 상황을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 사장은 "AI로 대변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고, 지금이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덧붙였죠.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기자간담회를 연 2일 HBM 관련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자사 반도체 뉴스룸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김경륜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2016~2024년 예상되는 총 HBM 매출은 100억불(약 13조6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라며 누적 매출을 언급했는데요. 그는 "업계에서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경쟁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두 회사 경영진이 더욱 분주해질 것이라는 점인데요. 총수들도 마찬가지죠.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혁신의 순간'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젠슨 황 CEO는 최 회장에게 선물한 책자에 "우리의 파트너십으로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적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곽 사장은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 협력사와 긴밀하게 구축돼 있는 것이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죠.
이재용 회장도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그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2월) △피터 베닝크 ASML CEO(지난해 12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지난해 5월) 등 글로벌 IT 기업 CEO들과 연이어 만나 미래 협력을 논의해 왔죠.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불리는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 본사 방문 등 일주일여 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3일 귀국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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