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5.50%로 유지…'비둘기파적' 기조
금융당국 밸류업 2차 세미나 관심 고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한 가운데 국내 증시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줄였던 터라 큰 충격은 없는 모습이다. 더욱이 연준이 결국에는 금리 인하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으면서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전망도 일고 있다.
◆ 연준, 기준금리 5.25~5.50% 유지…韓-美 금리차 그대로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과 같은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이날까지 6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연준은 지난해 7월까지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8개월간 5.25~5.50%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 2%포인트의 한국과 미국 금리 격차도 이어가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고용시장이 예상과 달리 약해지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 정책 움직임이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시장을 안심시켰다.
월가 전문가들도 이날 파월 회견을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으로 해석하는 추이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고,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힌트가 없었다"며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인하 시작 시기를 평가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해 연준은 예상보다 큰 폭의 양적 긴축 둔화와 함께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파월 의장의 회견은 발언의 내용이나 어조 모두 시장이 FOMC 결정문을 해석한 것보다 뚜렷하게 비둘기파적이었다"면서 "이번 회견이 FOMC 위원들의 토의 내용 요약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아니면 파월 의장 개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인지는 몇 주 뒤 발표될 의사록을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2일 발표되는 금융당국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팩트 DB |
◆ 증권가 "인하 가능성 높아…한국 증시 역풍 없을 것"
국내 전문가들 역시 단기적인 시장의 불안을 우려하면서도 결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만큼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라는 리스크가 증시에 선반영된 만큼, 기준금리 동결과 연내 금리 인하폭 축소 등이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물가의 '라스트 마일(목표 도달 전 마지막 구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기존과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했다"면서도 "양적긴축 속도를 완화했다는 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췄다는 점에서 금리 부담에 대한 경계심리를 다소 낮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및 금융 시장 반응을 미루어보아, 주식시장의 잠재적 역풍이 될 수 있었던 10년물 금리 5%대 재진입, 달러화 지수 급등 같은 사태가 일어날 여지는 적어졌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5월엔 '5월 증시 하락설'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한국 증시 입장에서도 역풍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준영 DS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시장의 우려와 달리 크게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인상을 완전히 배제했다.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에서는 충분히 긴축적이며 금리를 올릴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면서 "실질 기준금리의 수준이 충분한 수준이며 부분적으로는 균열이 생기고 있는 현 상황을 더 빠르게 악화시킬 이유는 적다"고 해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립적인 FOMC 결과와 반도체 중심의 매물 출회는 금일 장 초반 국내증시의 하방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수출 경기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초 여전히 팽배한 통화 정책에 대한 불안 심리속에 채권 금리, 달러화 고공행진은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 시장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경제 지표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 단기 급반등한 코스피 시장을 단기 숨 고르기 국면으로 이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경민 연구원은 "이러한 스트레스는 더 악화하는 그림보다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5월 초를 지나 향후 예정된 미국 경제 지표 발표 일정은 과도한 통화 정책 불안 심리를 진정시켜 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 무난한 FOMC…'밸류업' 관심도 더욱 높아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무난했던 FOMC 정례회의를 뒤로 하고 이날 발표되는 금융당국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더욱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유관기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공개한다. 거래소는 지난 2월 26일 1차 세미나를 열고,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개선되고 있는 주요 상장사의 실적과 투심을 자극하는 매크로(거시 경제) 환경이 코스피·코스닥 지수 추가 상승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인다. 전날인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56.1% 증가하며 4월 역대 수출액 2위를 기록했고, 자동차 수출도 전년 대비 10.3%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5월은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 연간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S&P500 지수에서는 반도체, 유통, 미디어, 보험업이 높았다. 코스피에서는 반도체, 헬스케어, 은행, 운송 업종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에는 FOMC 해석을 두고 혼조세를 보인 미 증시,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둔 경계심리가 상단을 제한하겠지만, 금일 예정된 밸류업 2차 세미나 및 한국 수출 호조로 대형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1일 발표된 한국의 4월 수출도 컨센서스보다 양호하게 나왔으며, 반도체, 자동차, 화장품 등 주력 업종의 수출 모멘텀이 재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