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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눈앞인데…알리·테무 아동용 제품서 유해 성분 '비상'
입력: 2024.05.02 10:35 / 수정: 2024.05.02 10:40

중금속·가습기살균제 등 제한 기준치 초과 검출
"안전성 인증 없어 위험…유통 전 정부 검수 강화해야"


어린이날을 앞두고 정부 부처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 초과 유해 성분을 잇달아 검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우지수 기자
어린이날을 앞두고 정부 부처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 초과 유해 성분을 잇달아 검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어린이날을 사흘 앞두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어린이제품 선물 경보'가 울리고 있다. 최근 이들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어린이용 제품을 정부가 조사한 결과 적지 않은 상품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금액에서 중국이 역대급 비중을 차지해 소비자들이 위험성 있는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가 통관 검수 강화 등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해외직구 시장 안전성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관세청 등 정부 부처에 조사에 따르면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일부 어린이제품들이 유해 성분 기준치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조사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에서 판매 중인 초저가 어린이제품 252종 중 15%에 해당하는 38종 상품에서 프틸레이트계 가소제, 카드뮴, 납 등 유해 성분이 나왔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기준치 최대 82배까지 초과한 제품이 적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장기간 접촉하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호르몬으로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다.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은 기준보다 최대 3026배, 납은 270배 더 높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카드뮴 함량이 0.1% 이상이거나 납 함량이 0.06%를 초과한 혼합물은 액세서리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프틸레이트계 가소제는 신발과 학용품, 장난감 등 제품에서 나왔고 카드뮴과 납은 반지와 팔찌 등 액세서리 제품에서 검출됐다. 조사를 담당한 인천세관 측은 "시설에서 분석 가능한 프틸레이트계 가소제, 중금속에 대해서만 조사했고 다른 유해 성분에 대해 안전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는 중국 플랫폼에서 파는 학용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납 등이 검출돼 안전성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학용품 9개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다.

조사 제품 중 어린이 점토 제품 2종에서는 국내 사용이 금지된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 성분이 검출됐다. 이 성분들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쓰였고 인체에 노출되면 피부와 호흡기 등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사용이 제한됐다.

점토 1개 제품에서는 생식 계통에 문제를 일으키고 코와 피부에 자극을 주는 붕소가 기준치 39배 이상 검출됐다. 활동보드 제품에서는 납, 색연필 제품에서는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바륨이 검출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어린이용 슬리퍼 장식품, 차량용 햇빛 가리개 등에서 프틸레이트계 가소제와 납을 검출했다. 서울시는 관련 조사를 이달 중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어린이 제품 경우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고나 통관 전에 국내 기관으로부터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고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를 받지 않고 판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중국 직구 제품에 대해 KC인증을 받지 않아도 판매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테무 관계자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은 발견 즉시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조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판매자들에게 제품 안전과 관련된 문서를 제출하도록 알리고 있다. 관련 대응을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바륨 검출 색연필(왼쪽), 가습기살균제 성분·붕소 검출 점토(우측 상단)와 납 기준치 초과 활동보드 제품 /서울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바륨 검출 색연필(왼쪽), 가습기살균제 성분·붕소 검출 점토(우측 상단)와 납 기준치 초과 활동보드 제품 /서울시

중국 이커머스를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품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동향 및 1분기 해외 직접 판매·구매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해외직구 금액에서 중국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해외직구금액 1조6476억원 가운데 중국 상품은 9384억원으로 57%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40.5%보다 16.5%P(포인트) 늘었다.

정부는 해외직구 부정 수입 물품에 대해 유통 감시망을 넓힐 계획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6일 서울세관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를 포함한 국내외 해외직구 플랫폼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관세청은 이 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오는 6월부터 실시하는 부정수입물품 유통 실태조사 항목과 조사방법, 조사일정 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직구 시장 구조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판매자들이 KC인증 등 비용을 들이는데 반해 해외직구 플랫폼은 인증 없이 가격 경쟁력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어린이용 제품을 유통할 때 KC인증을 반드시 받고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해외 직구 플랫폼이 인증받지 않은 상품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면 국내 업체는 인증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는다"며 "가격이 싼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유해 성분 제품 노출 위험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상품을 들여올 때 검증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직구 제품들은 검증되지 않은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가 검증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중국 제품에 KC인증을 똑같이 강요할 수는 없다. 샘플 제품을 요청해 조사하는 등 방안으로 기준 미달 제품을 차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해외직구 시장이 앞으로 1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한 시장에서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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