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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수수료율 두고 마트협회와 갈등…장기전 되나
입력: 2024.04.23 10:58 / 수정: 2024.04.23 11:11

카드 수수료율 14차례 인하…결제사업 역마진 우려 목소리도

중소마트들의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커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중소마트들의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커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동네 마트를 중심으로 중소마트들의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커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마트협회는 롯데카드 수수료율이 높아 매출 타격이 크다며 보이콧에 나섰다. 반면, 롯데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이미 카드 수수료율을 14차례 인하해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중소마트와 롯데카드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가맹점 해지가 확산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 가입 중소마트들은 이달 1일부터 롯데카드 가맹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다. 첫날에만 30곳이 넘는 중소마트에서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를 했으며, 이달 초 기준으로는 500여 곳이 가맹 해지했다. 협회는 이달까지 전체 6000여개 회원사 중 3000개 중소마트가 가맹점 해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와 롯데카드는 이번 주부터 수수료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그러나 수수료를 두고 중소마트와 카드사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사태 해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롯데카드는 공식 입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롯데카드 가맹 해지에 나선 이유는 카드 수수료율 때문이다. 연 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의 경우 정부가 조정해 주는 영세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한다.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별 중소마트·슈퍼마켓 수수료는 △BC카드 2.15% △롯데카드 2.13% △하나카드 2.09% △우리카드 2.08% △삼성카드 2.07% 등이다.

수수료율만 따져보면 BC카드가 가장 높지만 체크카드 비중이 높아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라는 게 협회 분석이다. 이들은 롯데카드가 사실상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마트협회는 "카드 수수료가 임대료를 웃돈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카드 수수료 분쟁은 지난 2022년 신한카드와의 분쟁 이후 2년 만이다.

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등 중소상인 단체 소속 회원과 연대 단체 100여명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롯데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용만 한국마트협회장은 "신규 점포는 여지없이 현행 최고 수수료율인 2.3%로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각종 마케팅 비용과 판촉 할인행사가 적용되는 대기업 계열 가맹점의 1%대 실질 수수료율보다 한참 높은 수수료율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소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롯데카드의 결제 수수료율이 카드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가맹점 해지에 나섰다. 한 중소마트 앞 롯데카드 결제 중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중소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롯데카드의 결제 수수료율이 카드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가맹점 해지에 나섰다. 한 중소마트 앞 롯데카드 결제 중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다만, 카드업계는 각 가맹점의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의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을 우려할 정도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순이익은 2조5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카드수익 내 가맹점수수료 비중 역시 2018년 35.9%에서 지난해 23.2%로 떨어졌다.

아울러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2007년부터 가장 최근 재산정된 2021년까지 14차례 하향 조정됐다. 2007년 4.5% 수준이었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떨어졌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연 매출 30억원 이상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카드사들 사이에서는 수수료율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수수료율이 내릴 대로 내려 적자를 면치 못하는 데다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 주기가 짧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수수료 개편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합리적인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업계 목소리를 듣고 수수료율 산정과 관련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최근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논의, 카드사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수료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금은 매출액 3억 미만을 영세 가맹점으로 분류하고 3억 이상에서 30억까지를 중소 가맹점으로 분류하는데 (30억 이상의) 중소마트 입장에서는 카드 매출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는데 혜택이 없다고 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계속 정치 논리에 의해서 수수료율이 내려가고 시장 참여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적격비용을 산출하는데, 이번 기회에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수수료율 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수수료율은 3월 원가분석 회계법인 선정하고 4월 컨설팅사와 방안 논의를 거쳐 12월 중 개편안이 발표된다. 업계에선 4월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기존 수수료율 재산정 절차를 거치기에는 시간이 빠듯한 데다 카드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편안이 나올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2012년 여전법 개정 후 적격비용 산정 시기마다 수수료율이 계속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최근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카드업권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 수수료 추가 인하에 대한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외 여러 상황으로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어 재산정 주기를 늘리는 방안도 심도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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