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 의문…궁극적 영향은 '측정 불가'
'랜드500' 매출 전년 동기 대비 31%↑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이 운영하는 전자랜드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형영(우측 상단) 대표는 랜드500 전략으로 올해 턴 어라운드를 이뤄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전자랜드 은평점. /이중삼 기자·전자랜드 |
[더팩트|이중삼 기자]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이 운영하는 전자랜드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적자 폭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고물가와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 등 여파가 주요 원인이다. 이 회사는 유료 회원제인 '랜드500'를 통해 실적 반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8월 회사를 살릴 '구원투수'로 선임된 김형영 대표이사가 경영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폭은 매년 커졌다. 2021년 17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2년 109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고, 228억원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13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도 내리막이다. 2021년 8783억원, 2022년 7229억원, 지난해 5998억원으로 2021년 대비 각각 17.6%, 31.7% 줄었다.
전자랜드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전제품 판매액은 32조4611억원으로 전년(35조8073억원) 대비 9.34% 줄었다. 올해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판매액은 2조3403억원으로 전월(2조6362억원) 대비 11.2% 줄었다.
이와 관련, 전자랜드 관계자는 "고물가와 부동산·건설 경기 둔화가 지속되며 고가의 가전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에서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증가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은 가전양판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적자 흐름을 이어간 탓에 이 회사 감사를 맡은 광교회계법인은 최근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감사 의견을 냈다.
이 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296억원이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850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미칠 궁극적인 영향은 현재로서는 측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정적인 감사 의견에 대해 회사 측은 어려운 상황은 인정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뤄낼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실적 부진을 기록한 것은 맞지만, 지난 2020년까지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측면에서 계속 성장해왔다"며 "36년간의 회사 업력과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을 이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랜드500 매장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31% 증가했다. 전자랜드 용산본점에서 고객들이 주방가전을 살펴보고 있다. /전자랜드 |
◆ '랜드500' 전략 내세운 회사…실적 턴 어라운드 가능성은
전자랜드는 지난해 8월 김형영 전자랜드 유통사업부 상품팀 상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당시 회사는 그를 위기의 회사를 구해낼 최고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1994년 평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해 영업, 상품본부, 유통사업부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용산본점, 상품그룹장, 상품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대표가 꺼내든 전략은 유료 회원제인 '랜드500 클럽'이다. 이 클럽은 500가지의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온라인보다 더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 회원 등급은 연회비에 따라 라이트(1만원)과 스탠다드(3만원), 프리미엄(5만원)으로 나뉜다. 등급별 최대 7%의 추가 할인 혜택과 전자랜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올해 1분기까지 전국 109개의 오프라인 매장 중 26개를 랜드500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연내 전국 매장 40% 이상을 랜드500 매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최근 회사는 올해 1분기 랜드500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랜드500 26개점의 매출액은 리뉴얼 전인 지난해 1분기 대비 31% 늘었다. 이 매장은 회사가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였다. 유료 멤버십 회원 가입자도 24% 증가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비슷한 부분이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제품 상담은 물론 체험까지 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실적 개선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유료 회원제를 발판으로 올해 실적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많이 넘어간 가전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낼 로봇 페스티벌, 어린이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오프라인 이벤트도 펼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랜드500의 매출 성장을 동력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회사는 실적 개선을 위해 매장 폐점과 리뉴얼, 재고 자산 건전화, 새로운 프로모션 추진 등을 실행한다. 실적이 나쁜 지점은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매장은 리뉴얼하는 식이다. 또 재고 자산 건전화 프로젝트 추진해 자산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오프라인의 강점인 체험을 강화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해 소비자 매장 유입을 늘린다. 일례로 '길거리 노래자랑'과 '어린이 노래자랑' 행사를 다음 달부터 연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료 회원제 전략만으로는 적자 탈출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오프라인으로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유료 회원제 전략에는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가격이 비슷하다면 매장에서 체험해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된다. 자사 플랫폼 구축이 실적 회복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