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중처법 유예 두고 야권 대승에 긴장
티웨이항공이 사내 규정 준수를 이유로 비행기를 운항하지 않은 기장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
☞<상>편에 이어
[더팩트│정리=황원영 기자]
◆ 티웨이항공, 규정 지킨 기장 징계…법원 이어 국토부도 기장 손 들어
-이번에는 항공업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봄철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객수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항공사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티웨이항공입니다. 이 항공사가 사내 규정을 지킨 기장에게 오히려 징계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최근 사법부와 정부의 판단이 나왔죠?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티웨이항공 기장인 A씨는 지난 1월 2일 베트남 깜라인 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도착하는 TW158편(HL8324) 항공기를 운항할 예정이었습니다. 운항 전 A씨는 항공기 브레이크 인디케이터 핀 길이가 티웨이항공 운항기술공시 기준치(1mm)에 미달한 것을 확인했고, 정비팀에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운항기술공시는 어떤 것인가요?
-운항기술공시는 국토부가 정한 '운항기술기준'을 근거로 티웨이항공이 운영하는 규정입니다. A씨는 이 규정에 따라 핀 교체를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운항 불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체항공기가 투입됐고 항공편 운항이 15시간가량 지연됐습니다. 티웨이항공은 "안전이 확보됐는데 운항 불가 결정을 고집했다"며 A씨에게 정직 5개월 징계를 내렸죠.
-운항기술공시에 따라 판단한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하겠는데요.
-네. A씨는 징계에 불복해 법원에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A씨는 티웨이항공 노조 위원장으로서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냈죠.
-이후 티웨이항공이 운항기술공시를 변경했다면서요.
-티웨이항공은 사건 직후 자체적으로 기준을 강화한 운항기술공시를 '무효'로 하고 제작사 기준에 따르는 내용을 담은 공시를 다시 발행했습니다. 현장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라지만, A씨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내 규정을 지킨 기장을 징계하고 오히려 사후에 그 규정까지 없애버린 결정이네요. 법원 판단은 어떤가요?
-티웨이항공 본사가 있는 대구의 대구지방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비행 안전'과 관련해 관계자들이 징계나 불이익에 두려움 없이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도 입장을 내놓았죠?
-그렇습니다. 국토부도 지난 9일 조종사 노동조합 결사체인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 연맹 질의에 2개월 만에 회신하며 법원과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모든 임직원은 최상의 안전 및 품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사측이 국토부에 인가받은 기준 대비 자체적으로 강화한 사내 규정 등을 발행한 경우에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또 티웨이항공이 A씨가 준수한 운항기술공시를 사후에 무효로 한 점에 대해선 소통을 원활히 해 유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티웨이항공의 결정을 비판하는 사법부와 정부의 입장이 잇달아 나온 셈이네요. 티웨이항공 입장은 어떻죠?
-티웨이항공은 본안 소송에서 다퉈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가처분 사건 이후 사내 변호사가 아닌 법무법인 한결 소속 변호사를 선임하며 본격적인 본안 소송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측은 관련 입장 자료를 통해서 "향후 본안 소송에서 정당성을 다툴 예정이다. 안전 운항을 위해 모든 분야에서 철저한 점검과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달 중 '부당 징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항공기 제작사 기준상 문제가 없다는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인데요, 앞으로 남은 노동위와 법원 판단을 지켜보시죠.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오른쪽 네 번째) 등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대표자들이 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 '중처법 유예' 외치는 중소기업계, 총선 결과에 긴장한 이유
-다음은 중소기업계 소식입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셈법이 복잡해졌다던데, 이유가 뭔가요?
-중소기업계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2년간 유예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법안입니다. 지난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했는데요, 중소기업계는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중처법에 적절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21대 국회에서 중처법 유예 안건 처리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벌이는 등 찬성표를 던졌고요.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반대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계가 긴장하는 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여소야대 국회가 장기화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 의석수는 190석 안팎으로 현 21대 국회보다 늘었는데요, 야당 의원들이 중처법 유예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계 현안인 중처법 유예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계가 헌법재판소(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도 들리던데요.
-중소기업인들이 중처법 유예안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도 여러 차례 벌였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자 지난 1일 중처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법적 구제라는 최후 수단을 선택한 것이죠. 헌재를 통해서라도 중처법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중소기업계의 절박함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왔고요. 이들은 중처법의 법 조항이 합리적인 처벌과 규정의 명확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위헌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헌재가 중처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리면 일부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겠네요.
-중소기업계는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입니다. 법조계에서도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점에 논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가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정리해 논평을 발표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총선 직후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바란다'에서 "앞으로 4년간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며 민생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표하며 "친기업적 입법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처법 유예 안건을 재고해달라는 의미를 내포한 셈이죠.
-22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 현재 21대 국회에서 중처법 유예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21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까지니 아직 한 달 이상 남아있는데요.
-21대 국회 여당 의원 의석수가 22대 국회보다는 많은 만큼,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이번 국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논평에서 21대 국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와 같은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21대 국회 임기 중 중처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