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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논란 下] 중소기업인 '절박함' 품었는데...헌재 판결 전망은
입력: 2024.04.12 00:00 / 수정: 2024.04.12 00:00

중기중앙회 등 기업단체,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中企 "위헌 판결 가능성 크다"…법조계 "논쟁 여지는 충분"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우측에서 네 번째), 김승기 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맨 오른쪽) 등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대표자들이 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우측에서 네 번째), 김승기 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맨 오른쪽) 등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대표자들이 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모호한 법 내용과 과도한 처벌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정치권에 2년 유예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까지 제출한 상황이다. 상, 하편으로 나눠 이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유예를 둘러싼 공방이 헌법재판소까지 흘러간 가운데 헌재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기대하며 관련 의견을 강하게 개진하고 있다. 업계는 5인 이상, 50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처법의 2년 유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후 수단을 선택했다. 법적 구제절차의 최후 수단인 헌재를 통해서라도 중처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중소기업계의 '절박함'이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1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1차 헌법소원 심사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8개 중소기업단체는 지난 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으로 참여한 인원은 지난 1월 27일부터 중처법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전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으로 구성됐다.

헌법재판소는 중소기업계가 제출한 헌법소원청구에 대해 심사를 진행한다. 서면심사, 공개변론 등 과정으로 중처법의 조항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는 청구서 제출로부터 30일 이내 1차 심사를 완료한 후 중처법이 헌법소원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중소기업계는 헌법재판소가 중처법 위헌 판결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의 헌법소원에 대해 논쟁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이고 불합치 선고를 내릴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로 재판에 넘겨졌던 한 기업이 같은 논리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기각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청구를 받아들여 중처법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됐다고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리면 해당 조항 또는 일정 부분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처법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위헌으로 판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헌재 결정은 일반적으로 1년 걸리지만 사안이 시급해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찬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중처법에 따라 기업인 형사처벌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중처법은 법조문이 비교적 약하다"라며 "안전 전담 조직을 갖추고 위험성 평가 등을 실행하라고 명시돼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았다. 노동청에 물어보더라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 형량이 1년 법정형이라는 것도 다툴 여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를 일부러 일으킨다고는 상정하기 어렵다. 미필적인 부분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처벌이 무겁게 시작하다보니 과중한 처벌에 대한 논란도 있다"며 "당장 위헌 판결이 나기보다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중처법 조문 내용이 구체화되면 기업과의 조율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중처법은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중소기업인들은 헌법소원 청구 이유도 '과잉금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중처법이 합리적인 처벌과 규정의 명확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처벌의 하한선이 1년 법정형인 것은 과한 규정이며, 사업 책임자라고 해서 사고를 일으킨 행위자보다 큰 처벌을 받는다면 부당하다는 것이 골자다. 중처법에서 설명하고 있는 '의무 이행' 규정에도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예측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헌재에 가기 앞서 국회 측에 5~49인 사업장까지 중처법을 적용하는 사안에 대한 2년 유예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1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약 1만8000명 중소기업인이 유예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네 차례 벌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도 지난 1월 21일 '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촉구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에도 국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중처법 유예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마지막 수단으로 헌법소원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는 기존 원하던 국회를 통한 개선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모양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기업계에서는 5월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유예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번 국회를 마지막으로 한번 기대를 하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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