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후 상장사 9곳 중 4곳은 '따블'도 실패
4월 HD현대마린솔루션 등 'IPO 대어' 관심
청약 증거금만 14조원이 몰리면서 올해 첫 IPO 대어로 평가받던 에이피알은 상장 첫날 27% 상승에 그쳤다. /에이피알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잠잠하다. 지난해 상장일 가격제한폭이 최대 300%까지 확대된 후 첫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한 케이엔에스부터 올해 1월 우진엔텍까지 '잭팟' 종목이 대거 쏟아졌으나 2월과 3월은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다. 4월부터 다시 따따블을 기록할 상장사가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이전·스펙 상장 제외)한 기업 총 9곳 중 따따블을 따낸 상장사는 없었다. 현대힘스와 우진엔텍이 올해 1월 상장해 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했으나 한 달 만에 분위기가 바뀐 결과다.
2월 1일 상장한 이닉스(165%), 6일 스튜디오삼익(121.67%), 22일 케이웨더(137.14%), 3월 7일 케이엔알시스템(100.37%), 3월 26일 엔젤로보틱스(225%) 등 5곳이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기록하며 분전했으나 2월 23일 코셈(59.69%)과 이에이트(13%), 27일 에이피알(27%), 3월 13일 오상헬스케어(46.75%) 등은 첫날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에이피알이 상장 첫날 27% 상승에 그친 것은 IPO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뷰티업체 에이피알은 프리 IPO 단계부터 올해 첫 '최대어'로 주목받으면서 증거금만 14조원이 몰렸고, 공모가가 25만원으로 책정되면서 따따블을 기록할 경우 단숨에 '황제주(주당 100만원 주식)'에 등극이 가능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에이피알의 첫날 부진은 기대가 큰 탓에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자들도 IPO 시장의 부진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눈에 띄는 IPO 대어가 사라지면서 투심이 위축됐다는 평가와, 10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린 에이피알의 사례를 들면서 자금은 몰리지만 증시가 부진한 탓에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4일 2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장중 공모가보다 낮은 24만7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가운데)가 2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기업설명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
이에 투자자들의 시선은 4월 IPO 종목들로 향하고 있다. 2차전지 믹싱업체 제일엠앤에스, 제약업체 디앤디파마텍, 조선·해양분야 엔지니어링 컨설팅업체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4월 수요예측에 나서면서 증시 문을 두드린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새내기주'는 3조원대 몸값으로 평가받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2016년 현대중공업의 AS(애프터서비스)사업부가 분사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16일 수요예측, 같은 달 25일부터 일반 청약을 진행해 5월 9일 상장할 예정이다. 주당 희망공모가액 범위는 7만3300원부터 8만3400원으로 예상 공모금액은 6524억원에서 7423억원이다. 공모 희망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원을 넘는다.
증권가도 따따블을 기록하지 못한 지난 두 달간 IPO 시장을 진단하면서 HD현대마린솔루션을 포함한 4월 IPO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상장사들의 공모가 밴드 내 수요예측 참여 비중이 1%를 넘기는 곳도 나왔다. 벨류에이션 부담으로 상장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뒤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 내 선별이 필요하다"며 "조단위 시가총액 기업은 IPO 전후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사례가 많아 공모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위기 반전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실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