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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토크<하>] '헤어지지 못하는 영풍, 떠나가지 못하는 고려아연'
입력: 2024.03.31 00:03 / 수정: 2024.03.31 00:03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 수용, 하나銀 배상급 지급
75년 동업한 영풍·고려아연, 신사업 추진 등 분쟁 격화


고려아연은 두 집안이 75년간 이어온 공동경영을 끝내고 계열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고려아연은 두 집안이 75년간 이어온 공동경영을 끝내고 계열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상>편에 이어

◆ 고려아연 vs 영풍, 경영권 분쟁 심화…쉽지 않은 결별

-재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1949년 장병희(영풍)·최기호(고려아연)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영풍그룹이 사실상 75년만에 계열 분리를 향한 분쟁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을 더이상 동반자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자'라 표현하고, 영풍 비철금속 유통사의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며 견제를 시작했습니다.

-최근 서린상사의 이사회에서 대주주 고려아연과 영풍의 분쟁이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제품 수출을 맡고 있는 기업입니다. 고려아연의 지분율이 49.97%로 최대주주이지만, 실제 경영은 영풍이 맡고 있어 창업주 부터 이어져온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의 '한 지붕 두 가족' 동맹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27일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규 이사 4명을 선임해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날 영풍 측 이사진의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동맹 관계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며 "영풍은 더 이상 동반자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자다"라고 선언했는데요.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가져온 뒤 그동안 영풍과 함께 했던 공동 구매와 운송,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모두 없애 영풍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제품을 유통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고려아연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이 동업자가 아니라 경쟁관계가 된만큼, 구매부터 판매까지의 경영 노하우를 그쪽과 공유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우리 나름대로 해외시장에 가진 브랜드 가치가 있고 그걸 통해 해외영업을 직접 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도 영풍과 표대결이 나타났지요.

-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제5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유상증자(신주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의 대주주인 영풍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요. 영풍은 배당금이 너무 적다며 주당 1만원인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제3자 배정 증자 역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31.54%이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최씨 일가의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할 경우 33% 수준이라 치열한 표싸움이 벌어졌는데요. 결국 배당금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되고, 정관 변경은 영풍 측 의견이 관철됐습니다.

-고려아연이 함께 사용하던 영풍빌딩을 나와 이사를 간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고려아연은 본사를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종로 위치한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 말까지 사무실 인테리어 설계를 완료하고, 7월까지 사무실 공사를 끝낸 뒤 모든 구성원들을 이동시킬 계획입니다.

고려아연은 신사업 확장으로 인원이 늘었고, 부서 간 업무 시너지를 위해 새로운 공간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재계에서는 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본사 이전을 통해 독립 경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75년이나 동업을 해왔는데, 고려아연은 왜 결별을 원하는 건가요.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공격적인 신사업 경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갈등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고려아연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소재, 자원순환을 비롯한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오는 2033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 8조3000억원, 이차전지소재에 2조1000억원, 자원순환에 1조5000억원을 넣는 설비투자(CAPEX)를 추진합니다.

하지만 장 씨 측은 최 회장이 차입을 활용한 신사업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과거부터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보수적 자금 운용하는 '무차입 경영' 기업으로 유명한데요. 실제 고려아연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5%이며 차입금비율, 순차입금비율도 각각 9%, 2%에 그칩니다. 장 씨 일가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부채를 늘리는 것에 불만을, 최 회장은 자신의 경영에 영풍이 간섭하는 것이 불만인 상태죠.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영풍 입장에선 고려아연을 절대 놓칠수 없다면서요.

영풍 입장에서는 고려아연과 결별하면 배당수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실적을 배당 수익으로 손실을 일부 메워왔는데, 이러한 이점이 사라지게 되죠. 실제 영풍은 지난해 3분기 누적 535억원 영업손실을 봤지만 당기순손익은 687억원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본업에서 큰 이익을 못 냈지만 이자수익과 외환차익, 지분법손익 등으로 흑자를 본 셈입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영풍의 계열사는 인쇄회로기판 사업(영풍전자)를 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고려아연은 영풍과 함께 간다면 사업적 시너지도 없고, 신사업으로 공격적 경영 드라이브를 걸려고 하면 '태클'을 당하니 분리하려고 하는 것이죠.

-과연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원만히 분리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를 하려면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줄여야 하고, 겸임 임원이나 채무 관계도 정리해야 합니다. 장 씨 집안 지분을 최 씨 집안이 매입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최소 3조원 이상 현금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결국 두 집안 간의 합의를 통해 주식 교환을 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장 씨 일가로 넘기고, 장 씨 일가로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받아가는 방식이죠.

-노래 제목처럼 '헤어지지 못하는 영풍, 떠나가지 못하는 고려아연'이네요. 아무쪼록 두 회사 모두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한 은행들이 잇달아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에을 추진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더팩트 DB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한 은행들이 잇달아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에을 추진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더팩트 DB

◆ 금감원 과징금 압박에…은행권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 가닥

-마지막으로 금융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한 은행들이 잇달아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을 추진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면서요. 자세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지난 29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두 은행은 모두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해소와 신뢰 회복을 위해 만기 손실이 확정됐거나 현재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빠르게 보호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기존 고객보호 전담 부서와 함께 자율조정협의회를 신설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는데요. 신설된 협의회에는 금융업과 투자상품 관련 법령과 소비자보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외부 전문 위원들은 투자자별 판매 과정상의 사실 관계와 개별 요소 등을 파악해 배상금액 산정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사례부터 순차적으로 신속한 배상 절차를 이행하고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고, 신한은행 관계자도 "4월부터 고객과 접촉해 배상 내용, 절차 등의 안내를 시작하고 배상비율 협의가 완료된 고객부터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네. 앞서 NH농협은행(28일)과 하나은행(27일), 우리은행(22일)도 각각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기로 밝혔잖아요. 이로써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5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하게 됐네요.

-그렇습니다. 이처럼 5대 은행이 모두 자율배상을 결정하게 된 데에는 금감원의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면서 "자율배상을 하면 과징금 등 제재 감경 사유로 고려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따라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은행은 전체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내야 하는데요. 자율배상에 나서면 해당 과징금 결정 시 감경을 고려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은행들은 과징금 리스크를 키우기보다 자율배상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배상이 이뤄진 곳도 있잖아요?

-네, 하나은행은 지난 29일 일부 투자자들과 합의를 거쳐 은행권 최초로 투자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지난 27일 이사회 결의로 마련된 자율배상안에 따라 사실관계가 확인된 투자자들과의 배상비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결과입니다. 다른 은행들도 손실이 발생한 H지수 ELS만기 도래일에 맞춰 배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은 지난 1월 기준으로 ELS 상품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습니다. 이에 다른 은행도 분쟁조정 수용 결정 절차에 맞춰 이르면 다음달 초 중순쯤 첫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중순 만기 도래일에 맞춰 이르면 다음달 말 자율배상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관건을 배상 비율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은행권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앞서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서 대다수 사례가 조정비율 20~60% 구간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업계는 평균 40% 안팎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사들은 금감원에서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토대로 고객 개개인에 대해 배상 비율을 책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서 금감원에서 언급한 20~60% 사이에서 배상비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며 "하지만 투자자들도 은행이 제시한 배상비율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엔 추가적인 절차가 더 남아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은 여전히 금감원 분조안에 따른 자율배상안을 거부하며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었는데요. 이번 집회는 지난 15일 NH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있었던 집회 이후 두 번째로 은행 본점 앞에서 진행된 집회입니다. 피해자모임은 은행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자체를 사기로 보고 있는데요. 이날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금감원이 내놓은 배상안은 어떤 경우에도 은행 책임이 50%를 넘기지 않는 것"이라며 "이복현 금감원장은 원금배상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업계는 평균 40% 안팎의 수준을 예상하는 만큼 100%를 요구하고 있는 가입자 간 입장 차가 뚜렷해 보입니다. 향후 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요. 아무쪼록 은행과 투자자들 간 배상 비율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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