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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영'으로 '글로벌 효성' 일군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재계 애도 물결
입력: 2024.03.29 20:40 / 수정: 2024.03.29 20:40

국내 민간 기업 최초 '기술연구소' 설립…독자 기술 개발 집중
전경련 회장 역임…한미 FTA 체결 등 민간 외교 분야서 기여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효성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과 함께 효성그룹을 이끌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숙환으로 영면했다. 지난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이다.

경상남도 함안 출신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 화학공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수를 준비하다, 조홍제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 부문에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기술 중시 경영을 펼치며 '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기술 경영'은 효성그룹의 핵심 DNA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기술에 대한 집념으로 1971년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 기술을 통해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1950년대 일본 유학 당시 아버지 고 조홍제 회장과 함께.
조석래 명예회장의 1950년대 일본 유학 당시 아버지 고 조홍제 회장과 함께.

조석래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조홍제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 온 '산업 입국'의 경영 철학을 실현한 것이다.

특히 조석래 명예회장은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의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했다. 이로 인해 효성은 1990년대 초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이후에도 소재 산업에 대한 꿈을 이어가며 2011년 한국 기업 최초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육성했다.

효성그룹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기기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베트남, 인도, 터키, 브라질 등에 생산공장을 만들었다"며 "전 세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효성은 2000년 이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2010년 이후 스판덱스 섬유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며 세계 1위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1999년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1999년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와의 경제 협력 강화에 기여한 인물이다. 한미 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며, 민간 외교 부문에서 한미 FTA 체결에 큰 공헌을 했다. 또 한미 FTA 체결 당시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기여하기도 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 교류 활성화, 여성 일자리 창출 및 일·가정 양성 확립 등에 기여했다.

특히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 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석래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허례허식 없이 소탈한 경영인으로도 손꼽힌다. 겉치레로 격식 차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겼고, 회장이라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200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200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대부분 일정에서 홀로 움직였다. 출장 귀국길에 마중 나온 임원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날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재계의 큰 어른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허전함을 이루 표현할 길 없다"며 "조석래 명예회장은 '기술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경영인"이라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고인은 기술 중시 경영의 선구자로서 우리나라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간 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고 미국, 일본과의 민간 외교에도 적극 앞장서며 한국 경제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바지했다"며 "한국 경제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임직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다음 달 2일까지 효성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2013년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난 2013년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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