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맞춤형 연구개발…현대차그룹 경쟁력 강화 위해 고군분투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종합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쌀쌀한 봄날씨를 보였던 27일,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R&D) 전초기지 남양종합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시험실 안은 여름이었다. 미국 현지 조건으로 시험을 진행하기에 온도가 45℃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온도와 다른 온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진행된 랩투어는 △배터리 분석 및 평가 연구 시설 △상용시스템시험동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상용환경풍동실 순으로 진행됐다. 1995년 출범한 남양연구소는 신차와 신기술 개발, 설계, 시험, 평가 등 기반 연구 시설을 갖췄다.
◆전기차 시대 반드시 온다…핵심 부품 '배터리'부터 마스터
전기차 핵심 부품 배터리를 분석하는 '배터리 분석실'에 들어서자 관계자는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고 강조했다. 소재가 수분에 민감해 건조하면서도 20℃를 유지한다고 했다. 전실→에어샤워실→습식전처리실→전처리실→셀해체실→메인분석실로 꾸려 시료 변질이 없게 노력하고 있다.
이재욱 재료분석팀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는 특성상 수분에 민감해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드라이룸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셀을 해체하고 분석을 진행해야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가 처음 옮겨지는 셀해체실에서는 구조를 파악하고, 구성 소재를 분석하기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됐다. 채취된 시료는 드라이룸 전처리실에서 절단돼 샘플링 작업이 진행된다. 샘플링 시료는 메인 분석실에서 화학구조 분석 등 정밀 분석이 진행된다.
고체로 된 유기화합물 및 고분자 상태 샘플링 시료를 기체로 만들며 분리해 각 성분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정이든 셀해체실 파트장은 "발생할 수 있는 화재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위험 상황을 대비해 지난해 연구소 최초 셀 해체 전용 공간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배터리 분석실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흡음재로 빼곡히 쌓인 시험실 속 '소음' 테스트
차량 개발·평가에 필요한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하는 '상용시스템시험동'은 4400여평의 압도적인 크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직선으로 이뤄진 내부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NVH(소음·진동·불쾌감) 구역을 이동하며 테스트 과정을 확인했다.
상용차에서 사용되는 도어나 작동이 필요한 부품을 로봇팔로 품질 확인하고 내구성을 따지는 중이었다. 일정한 조건에서 정확한 값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로봇팔이 휠체어를 움직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운전자 의도대로 차량을 움직이게 하는 '조향 장치'와 도로의 불규칙성으로부터 차량을 보호하는 '현가 장치'를 다루는 조향·현가 구역은 굉음으로 대화가 어려웠다. 전기버스 일렉시티 서스페션을 흔들며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방향을 시험 중이었다.
상용시스템시험동 마지막 구역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 들어서자 찾아온 '정적'이 어색했다. 1만3000개 흡음재로 빼곡히 쌓인 공간은 압도적이었다. NVH 구역은 구동계 소음과 실내외 소음 등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소음을 평가하는 곳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용차 누적 주행거리는 100km를 넘는데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극한 환경을 상정해 시험을 거듭하며 개선점을 찾는 것이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저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상용시스템시험동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 아이오닉5 장착…"최대한 운행 조건과 비슷하게"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을 들어서자 좌우 위치한 여러 개 시험실 유리창 너머 모터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1축·2축·4축 동력계 등 3곳으로 시험실이 이뤄졌는데, 한 곳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 차량이 장비에 올려져 있었다.
1축 동력계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 기본 특성을 시험하는 곳이다. 개발 초기 단계에 이뤄지는 시험으로 모터 시스템 성능과 효율 개발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 양산 가능 수준까지 확인해 최종 확인이 끝나면 출력 성능 인증까지 받는다.
2축 동력계 시험실은 최대한 차량과 비슷하게 모사한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 등이 있다. 시험 차량을 제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차량과 모사해 개선하기 위한 곳이다.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 전체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남양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이오닉5가 올라가 있는 4축 동력계 시험실은 구동계 전체 시험 평가가 이뤄지는 곳이다. 전기차에 실제 탑재된 배터리를 실제 활용해 주행 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한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아이오닉5 중 양산 중인 모델도 있어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4축 동력계 시험실에 아이오닉 5가 올라가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글로벌 시장 다양한 수요 맞춘다…'고군분투'
글로벌 시장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상용환경풍동실'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대기업 최초로 안전관리 우수연구실로 인증받았다. 상용환경풍동실은 상용환경시험동 내 3개 시험실 중 하나다.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상용차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온도와 햇빛 등 글로벌 시장 다양한 판매 조건에 적합 여부를 따지는 곳이다. 환경풍동시험실은 실내 온도를 영하 40℃에서 영상 60℃까지, 습도를 5%에서 95%까지 조절할 수 있다.
상용환경풍동실 제어실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시선을 끌었다. 길이 20m·너비 10m·높이 6.6m 공간의 제어실은 태양광 장비가 설치돼 화창한 여름날을 구현했다. 미국 현지 판매 조건으로 시험을 진행 중으로 뜨거운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고온 조건에서 풍동 내부 가스가 분사돼 차량 주변 공기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공력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이 책임연구원은 "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 등이 협업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유수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와 수준의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 도전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bell@tf.co.kr